찬탄·반탄 구도 선명해진 국힘…'한덕수 단일화'가 관건

입력 2025-04-29 18:04
수정 2025-05-06 16:29
국민의힘 대선 경선 최종 후보가 29일 김문수·한동훈(가나다순) 후보로 압축돼 보수 진영은 찬탄(탄핵 찬성파) 대 반탄(탄핵 반대파) 1대 1 구도로 최종 후보를 가리게 됐다. 특히 반탄파 중에서도 홍준표 후보가 아니라 김 후보가 살아남은 것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희망하는 ‘당심’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네 명 중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 계엄·탄핵 공방 더 거세질 듯두 후보가 이날 최종 후보로 결정된 것은 보수 진영이 여전히 찬탄 대 반탄 구도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김 후보는 네 명의 경선 후보 중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 왔다. 반면 한 후보는 자신이 계엄을 막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심(尹心)과 거리를 둬 왔다. 이에 따라 찬탄파 표심은 한 후보에게 집중되고, 반탄파 표심은 김 후보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가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경선 초기부터 가장 폭넓게 열어뒀다는 점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같은 반탄파인 홍 후보는 경선 초기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반면 김 후보는 일찍부터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을 내세웠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후보는 계엄 사태 이후부터 보수적 흐름을 쭉 대변해 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당심의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열망도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종 경선에서는 탄핵 사태를 둘러싼 공방이 또다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후보 측은 이날 경선 탈락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 후보의 지지층이 김 후보에게 결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후보를 향해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다는 ‘배신자 프레임’을 더욱 적극 공략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면 한 후보 측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하기 위해 결국 탄핵에 찬성한 한 후보로 민심이 모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한 후보는 김 후보가 비상계엄 당시 내각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며 ‘구태 대 쇄신’ 구도를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 ◇ 한덕수 단일화, 최대 쟁점으로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도 관전 포인트다. 한 권한대행은 이르면 30일,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하려면 5월 11일까지 입당해야 한다. 이미 상당수 당원이 한 권한대행과의 ‘빅텐트’를 상수로 둔 만큼 단일화는 피하기 힘든 이벤트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다수 의원의 마음은 한 권한대행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 구도를 어떻게 만들지에 가 있다”며 “국민의힘 경선 자체가 단일화를 위한 형식적인 통과의례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종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단일화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김 후보는 앞서 양자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으로 단일화를 제안한 바 있다. 김 후보 캠프에선 무제한 토론을 통한 ‘콘클라베’식 단일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반면 한 후보는 “여러 방향으로 힘을 모을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도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단일화를 거론하는 데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더 오르지 않는다면 단일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은 ‘당 대통령 후보자는 대통령 선거일까지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종 대선 후보가 되면 사실상 전권을 가지는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꺾이는 흐름이 나타나면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정상원/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