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돌아온 '빈센트' 김두언 "정보 홍수 속 '조타수' 되겠다" [인터뷰+]

입력 2025-04-28 14:13
수정 2025-04-28 14:14

"투자는 잘못하면 인생이 망가집니다. 재테크 정보의 홍수 속 '아니면 말고' 식 근거 없는 주장은 하지 않겠습니다."

김두언 하나증권 국내외 시황담당 수석연구위원(사진)은 28일 "투자자들의 '조타수'가 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증되지 않은 소식이 비자격 핀플루언서(금융 인플루언서)의 입을 통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지금, 제도권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취지다.

김 연구원은 이날부로 친정 격인 하나증권에 7년 만에 돌아왔다. 그간 한국경제TV 앵커로 활약한 그는 유튜브와 출판 시장에서도 '빈센트'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쌓았다.

하나증권은 그를 영입해 리테일 사업에 힘을 실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 애널리스트를 필두로 리테일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금융사 대열에 오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염블리' 염승환 LS증권 이사가 대표적인 선례다.

친정으로 돌아온 소감에 대해 김 연구원은 "기분도 좋지만, 긴장도 된다. 출가한 아들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글로벌 경제를 담당하던 이코노미스트에서 국내외 시황을 담당하는 주식 애널리스트로 역할을 바꾼 것도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시경제 전문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국회예산정책처 거시경제분석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하나증권을 거쳐 KB증권에 영입됐고, 2021년 여의도를 잠시 떠나 투자자문사 두물머리에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총괄을 맡았다. 2022년부터 지난주까지 업라이즈의 멀티 패밀리오피스(MFO) 총괄로서 활동했다.

아울러 그간의 경험을 십분 활용해 '김두언'만의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여의도 밖에 있던 지난 4년간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모객까지 전부 해봤다. 패밀리오피스를 총괄하며 고객과 직접 소통했다"며 "이렇게 쌓은 역량과 경험은 초고액 자산가의 니즈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연구원은 '정확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핀플루언서와 불분명한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레드오션에서 눈에 띄기 위한 개성도 중요하지만, 투자자에 정확하고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제도권은 검증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 정제되지 않은 콘텐츠가 많다. 모든 콘텐츠가 정제될 필요는 없지만, 금융은 다르다. 금융은 잘못하면 인생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원천 데이터를 확인해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상호관세 영향이다. 최근 몇 년간 강세를 보이던 미국 증시는 조정을 받았고, 국내장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 증시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결국 주식 시장에서 투자금은 성장하는 산업에 흘러가는데, 미국에 성장주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관세 영향으로 2분기 미국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미국 증시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에선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로봇·우주에 대한 관심이 큰데 국내에선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트럼프 시대'를 맞아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있으며 국내 조선·방산주의 상승세는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도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 미국이 자체 조달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와 로봇이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며 노동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며 "경제학에서 '노동의 반대는 여가'라는 말이 있다. 노동 시간이 감소하면 여가 시간이 늘어난다. 문화 산업에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장벽이 없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