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8일 17: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효성화학이 베트남 사업법인 효성비나케미칼의 지분 49%를 담보로 주가수익스왑(PRS·Price Return Swap) 계약을 맺어 3153억원을 조달했다.
28일 효성화학은 베트남 자회사 효성비나케미칼의 지분 49%를 자산으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조달한 자금 3153억5910만원 전액은 채무상환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계약기간은 3년이며, 효성비나케미칼의 지분가치는 3799억원으로 평가됐다. 효성화학 측은 "지분 매도를 통한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파생상품이다. 기준가보다 주가가 오르면 매수자(금융사)가 매도자(기업)에게 상승분을 준다. 반대로 기준가 대비 주가가 내려가면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손실 금액을 보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효성화학은 PRS를 통해 조달한 돈으로 올해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액 6986억원 중 절반 가량을 상환할 예정이다. PRS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사실상 금융사에 빚을 내는 구조지만, 회계상 부채로는 잡히지 않는다. PRS로 조달한 자금으로 부채를 갚으면 실질적으로는 '빚을 내 빚을 갚는' 구조지만, 회계상으로 부채비율이 줄어들 수 있는 이유다.
효성비나케미칼은 프로필렌과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제조 판매하는 효성화학의 계열사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2018년 베트남 투자를 결정한 업황 둔화와 수율 개선 실패로 효성화학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680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지난달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궁여지책으로 PRS를 선택한 셈이다.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의 금리는 연 6.62%로 효성비나케미칼 PRS의 조달 예상금리(연 6~7%)와 큰 차이가 없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대환이 힘들어지면서 PRS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부담은 큰 차이가 없더라도 부채비율 자체는 낮아지는 효과도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와프(PRS) 조달 사례는 지난해부터 늘고 있다. 증권사가 계열사의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일정 기간 뒤에 다시 돌려받는 구조다. 배당금과 의결권도 모두 증권사가 갖게 된다. "사실상 주식담보대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 지분 40%를 활용해 약 6600억원, 인도네시아 자회사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 지분 25%로 6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SK그룹은 SK온 지난해 11월 1조5000억원 규모의 PRS 계약을 체결했다. SSG닷컴 역시 1조1500억원 규모의 PRS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전력은 자회사 한전기술 지분 15%로 3500억원을 마련했다.
타사의 지분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넷마블은 작년 5월 하이브 지분 2.6%로 2198억원을 조달했고, CJ ENM이 같은 해 7월 넷마블 지분을 담보로 2500억원 규모의 PRS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마련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