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 등 대규모 전력 사용자가 도매시장에서 전기를 직접 사다 쓸 수 있도록 한 직접구매제를 채택했다. 독점 공급 체계를 깨고, 소비자가 다양한 요금을 선택하도록 하는 시장 개방의 일환이다. 이때 생기는 가격 불안정, 요금 형평성 등의 문제는 추첨제, 기본 요금제 등을 마련해 보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96년 ‘전력자유화법’ 제정을 계기로 1998년 발전소 운영을 민간 경쟁에 맡기고, 도매 전력시장은 입찰을 통해 가격을 정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문제는 2001년 터졌다. 발전사 엔론이 의도적으로 발전량을 조작해 전력 도매가가 치솟았다. PG&E와 SCE 등 발전소를 매각한 전력회사들은 비싼 값에 전기를 들여와 기업과 가정에 저렴하게 팔아야 했고 곧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캘리포니아 수자원부가 나서 2년간 100억달러어치 전기를 직접 유통했고, 서서히 요금을 높여 이때 투입한 돈을 회수했다. 지금은 추첨을 통해 일부 물량만 직접구매를 허용하고 있다.
호주도 1998년 국가전력시장(NEM)을 설립하고 전력시장 개방에 나섰다. 뉴사우스웨일스 등 동부 5개 주가 2009년까지 도소매시장을 자유화했다. 2016년 석탄 발전이 위축되고 신재생에너지가 활성화하면서 도매가격이 요동치는 문제가 벌어졌다. 도매시장에서 전기를 직접 사 쓰던 기업들이 가격 변동에 그대로 노출됐다. 호주 에너지위원회는 대기업이 전력 직구에 나설 때 안정적인 장기 구매 계약을 맺도록 유도하고, 전력 선물도 미리 확보하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일본은 직접구매제 도입 부작용이 가장 덜한 나라다. 1995년 대기업, 2000년 중소기업, 2016년 일반 소비자용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했다. 현재 일본 내 전력 공급 회사는 각 지방을 거점으로 삼은 10대 전력사를 포함해 783개에 달한다. 기업은 판매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2018년에는 요금제 구조와 가격 변동 리스크 등을 소비자에게 쉽게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김대훈/김리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