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제를 한 번이라도 맞아본 적이 있다면, 웨스트(West)의 제품을 이미 경험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닐레시 샤(Nilesh Shah) 웨스트 파마슈티컬 서비스(West Pharmaceutical Services) 신흥시장(아태 및 남미 지역)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22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닐레시 부사장의 이 한마디는 이들이 어떤 존재감을 가진 기업인지를 함축한다.
1923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출발한 웨스트는 주사제 투여 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제품(High Value Products, HVP)을 제조하는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HVP는 웨스트의 프리미엄 기술이 집약된 제품군을 의미한다. HVP는 주사제가 담긴 용기, 주사제를 막는 뚜껑(고무용기), 프리필드시린지 등이 있다. HVP은 웨스트 제품군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주요 고객사는 빅파마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운송해야 한다. 또 단백질이 쉽게 깨지는 바이오의약품 중 일부는 영하 180도까지의 냉동고가 필요하다. 저가의 고무마개는 극저온에서 변성이 일어난다. 각 제품별 최적화된 용기와 뚜껑이 필요한 배경이다.
빅파마가 웨스트를 찾는 배경은 한치의 오차와 먼지도 없는 품질 검사를 통과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단 한 병에서 먼지 한 하나라도 나오는 순간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앞서 모더나는 코로나19 mRNA 백신 제조 과정에서 바이알 한 병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바 있다. 모더나는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3일 동안 한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가 생산한 76만4900개의 주사제 중 한 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더나는 단 한 병의 이물질로 해당 기간 생산한 모든 백신을 폐기했다.
웨스트는 현재 이 분야에서 제품의 기획부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닐레시 부사장은 “기술고객지원팀(TCS)를 기반으로 한 밀착형 기술 컨설팅은 규제 대응, 품질관리, 제품 선택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고객사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인도, 싱가포르 등 25개 제조 시설 및 50개국 이상 사업 거점 보유하고 있다. 최근 펜실베니아 연구개발(R&D) 센터 개소,인도에서는 제조공장의 디지털 및 자동화를 추진하는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를 신설했다. 주사제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웨스트가 고객사와 추구하는 관계는 단순한 공급과 수요를 넘는다. 닐레시 부사장은 "잠깐 거래하는 공급사가 아니라, 고객사와 함께 제품을 기획하고 시장에 출시하며, 그 과정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중국, 인도 등 총 4개의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내 자급자족형 공급망을 구축, 글로벌 본사 수급에 의존하지 않고 각국 고객에게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웨스트는 2019년 GIS Korea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국 물류팀, TCS 등 모든 조직이 현지에 맞춰 정비했다. 지난해 강남에 고객 미팅과 기술 협의가 가능한 전용 사무실을 신설하고, 화성 물류센터는 기존 대비 2배 규모로 확장했다. 이 같은 기반을 통해 한국 고객사와의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실시간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2035년 글로벌 바이오 5대 강국 도약 실현을 목표로 세운 가운데 웨스트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닐레시 부사장은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위탁생산(CMO)에서 바이오시밀러, 나아가 혁신의약품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이미 감지하고, 제품과 시스템을 유연하게 설계해 고객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4월 22일 14시22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