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진 추웠는데 오늘은 또 더워진다길래 반팔 위에 패딩을 걸치고 나왔어요. 날씨가 오락가락하니까 직장에도 가볍게 걸쳐 입을 수 있는 아우터를 하나씩 꼭 두고 다닙니다.”
서울 중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구모 씨(27)는 얇은 아우터를 따로 챙기는 게 일상이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실제 지난 주말부터 어제까지 전국 곳곳에 눈과 우박이 쏟아지고 돌풍이 이는 등 반짝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16일엔 다시 기온이 크게 올라 평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일교차가 20도 내외로 벌어지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날씨 변동성이 커지고 계절적 특성이 옅어지는 가운데 경량 패딩이나 패딩조끼, 플리스 등 계절을 타지 않고 날씨 영향을 덜 받는 '시즌리스 아이템'이 인기를 끈다. 기후 변화에 시즌리스 아이템 수요 급증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례적 추위와 큰 일교차 등으로 인해 레이어드(겹쳐 입기)가 쉬운 아이템이나 사계절 활용 가능한 아우터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지난 12~15일 나흘간 매출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플리스 상품은 전년 동기 대비 290%, 패딩 베스트는 84% 증가했다. 카카오 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도 같은 기간 플리스(287%) 야상(70%) 퀼팅 재킷(11%) 등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아우터 매출이 크게 늘었다. 패션 플랫폼 W컨셉 역시 카디건, 바람막이 등 시즌리스 의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역 인근 패션 매장에서 쇼핑하던 직장인 A씨(40대)는 “요즘엔 경량패딩 같은 얇은 아우터를 하나씩 들고 출근한다. 쌀쌀하면 껴입고 더우면 벗어서 들고 다니는 편”이라고 말했다. 기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날씨에 따라 유연하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선호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고정된 계절 공식 대신 유연 대응
이상 기후로 계절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패션 매장들도 진열 방식과 판매 전략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봄엔 봄옷, 여름엔 여름옷’이라는 고정된 계절 공식을 따랐다면 최근에는 날씨에 따라 상품 진열을 유연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명동의 한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 매장도 여름 신상과 겨울용 퀼팅 재킷을 나란히 진열해 선보이고 있었다.
이 매장 직원은 “원래 이 시기엔 겨울 제품이 들어가고 여름 신상을 전면에 진열해야 하는 시기인데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아우터 제품을 찾는 손님들이 여전히 있다”면서 “손님들이 계속 찾으니까 수요에 맞춰서 여름옷과 같이 진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백화점, SPA 브랜드 등 업계에서도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다양한 계절에 입을 수 있는 시즌리스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니트와 카디건 등을 앞세워 봄·여름 신상품을 선보였다.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레이어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중심으로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도 1년에 두 번 발간하는 브랜드 잡지나 계절 화보 등을 통해 레이어드 스타일링을 강조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즌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상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며 “매장 진열도 탄력적으로 운영해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