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개별 기업이 주 4일제를 실험적으로 실시한 사례가 있지만 근로자들의 호응이 좋지 않아 대부분 흐지부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스페인 통신 대기업 텔레포니카는 2021년 10월 희망자에 한해 임금 15%를 깎는 대신 주 4일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근로시간이 20% 줄었지만 임금은 15% 삭감한 셈이다. 도입 당시 직원들은 환영 의사를 나타냈지만, 정작 임금 삭감이 눈앞에 닥치자 직원 2만여 명 중 150여 명(0.75%)만 주 4일 근무를 신청했다.
독일 전자상거래 회사 디지털이네이블러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주 4일제를 도입했다.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근무시간에 휴대폰 등 사적 연락과 잡담,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근로시간 압박감과 외부와의 단절을 불편해해 주 4일제는 흐지부지됐다.
이 같은 사례는 생산성 향상, 임금 보전 수단에 대한 고민 없이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근로자들이 되레 주 4일제를 거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기업이나 각국 지방자치단체가 주 4일제를 시험적으로 도입한 사례는 적지 않지만 국가 차원의 입법을 통해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 미국, 일본 등 대다수 국가가 법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 40시간 미만으로 정한 국가는 호주(38시간), 벨기에(38시간), 프랑스(35시간) 등 3개국에 불과하다.
만약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주당 근무시간은 36시간이다. 주 4일제 도입 시엔 주당 근무시간이 32시간으로 줄어 세계에서 가장 적게 일하는 나라가 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