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신안산선 공사장 도로 붕괴…주민 2300여명 긴급 대피

입력 2025-04-11 17:44
수정 2025-04-12 01:13

서울 여의도와 경기 서부권을 연결하는 신안산선 공사 구간의 경기 광명시 일직동 건설 현장에서 약 30m 깊이의 지하 터널이 무너져 내렸다. 사고로 공사장 인부 1명이 실종되고 1명이 고립됐으며 왕복 6차선 도로와 인도 등이 주저앉았다. 광명시는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지역 주민 2300여 명을 대피시켰다. ◇지하 터널 붕괴…2명 실종·고립
11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13분께 광명시 양지사거리 인근 신안산선 제5-2공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현장은 KTX 광명역사와 도보로 10분 거리인 역세권이다.

사고 조짐은 15시간 이전부터 나타났다. 이날 0시30분께 해당 현장에서 ‘투아치(2arch)’ 구조로 시공 중인 지하 터널 내부의 가운데 기둥(버팀목) 다수에 균열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투아치 구조란 터널을 두 개 아치로 나눠 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장 작업자들은 터널 안쪽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도중 ‘쿵’ 소리와 함께 붕괴 조짐을 느꼈다고 한다. 신고 접수 후 광명시는 주변 통행을 막고 4개 노선버스를 제한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던 인부 17명 가운데 5명이 일시적으로 연락이 두절됐으나 이후 3명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은 2명 가운데 1명은 지하에 고립됐으며 다른 1명은 실종됐다. 소방청은 사고 발생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소방 드론을 띄우고 소방 차량 21대, 인력 60명, 크레인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소방 특수대응단 구조대원들은 고립된 굴착기 기사 A씨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 접근했으나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 중이던 지하 터널은 30m 깊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은 국토교통부가 발주하고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곳이다. 포스코이앤씨는 국토부와 이날 터널 보강 작업 및 안전 진단을 했다. 이날 오후 안전진단을 시행하던 중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사고 수습을 마무리한 뒤 관계기관과 합동 감식을 통해 붕괴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이날 오전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보강 공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사고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한 뒤 안전진단을 했는지 등을 폭넓게 수사할 예정이다. ◇‘추가 피해 우려’ 주민 2300여 명 대피 사고 현장은 지하 공간이 붕괴하면서 왕복 6차선 도로인 오리로가 U자형으로 일그러지는 등 푹 꺼졌다. 보행로까지 함께 지하로 매몰됐고, 그 여파로 도로 주변에 설치된 방음벽도 훼손됐다. 광명 양지사거리부터 안양 호현삼거리까지 1㎞ 구간은 전면 통제됐고 인근 지역 전기와 가스도 차단됐다.

현장은 빛가온초등학교와도 맞닿아 있다. 사고 발생 40분 전인 오후 2시30분께 학생들은 정규 수업을 끝내고 하교한 상태였다. 오후 4~5시까지 예정된 돌봄 수업이 있었지만 광명시의 통제로 전면 취소됐다. 학부모 김모씨(42)는 “학교 건물도 주저앉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은 안전진단 관련 사설 업체를 현장에 파견했다. 현황을 파악한 뒤 휴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광명시는 추가 피해 우려에 따라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푸르지오 아파트 주민 2300여 명을 광휘·운산·충현고, 충현중, 시민체육관 등 인근 8곳으로 대피하도록 했다. 이 아파트는 643가구로 사고 발생 지점의 길 건너편에 있다.

국토부는 박상우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현장 수습에 나섰다. 박 장관은 “소방청, 경찰청, 광명시, 국가철도공단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고를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신안산선 개통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신안산선 개통은 이달을 목표로 했으나 공사 지연에 따라 내년 말로 한 차례 미뤄졌다. 신안산선은 서울 여의도와 경기 안산·시흥을 연결하는 복선전철이다. 안산·시흥에서 여의도에 이르는 44.7㎞ 구간에 총 19개 정거장을 건설한다. 신안산선은 서울 여의도에서 광명을 거쳐 안산 한양대를 잇는 안산 노선과 광명에서 시흥시청과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잇는 시흥 노선 등 두 갈래로 이뤄져 있다.

류병화/김다빈/유오상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