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1일 16: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자산군별 목표 비중 조정을 비롯한 대대적인 기금운용제도 개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모수개혁으로 기금운용 고갈 시기가 늦춰진 만큼 위험자산 비중을 키워 목표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산군별 비중을 점진적으로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운용본부는 이와 관련해 고위급 임직원을 대상으로 모수개혁 후 첫 워크숍을 열어 관련 현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이달 말 전북 남원에서 기금운용제도 개선 필요성과 관련한 비공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장 및 팀장급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기금운용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공감대를 만들자는 취지다. 모수개혁으로 달라진 제반 여건 대한 임직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교수 등 전문가를 불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워크숍은 모수개혁 이후 열리는 첫 워크숍으로, 모수개혁에 이은 '운용개혁'의 첫 단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기금운용본부 안팎에선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 대비해 기존 기금운용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내부적으로 '기금운용조직발전기획단'을 신설해 관련 내용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앞으로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운용제도 개선 관련 세미나, 특강 등을 확대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제도 수정에 앞서 외부 전문 기관의 컨설팅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정치권에서 모수개혁안에 합의하면서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제도 개선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모수개혁안은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13%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기금 고갈 시기는 7~10년 늦춰지고, 최대적립기금은 기존 1800조원에서 최대 350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조정해왔다. 주식시장과 자산운용업계는 이 같은 장기 운용 방침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국내주식 투자 규모는 지금처럼 유지하면서, 전체 투자 자산에서 차지하는 국내주식의 비중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 고갈 시점이 미뤄져 장기 투자가 가능해진 만큼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해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운용본부는 올해부터 위험자산을 65% 범위에서 자산군 구분 없이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했다. 해외주식 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모수개혁을 계기로 향후 기준 포트폴리오의 위험자산 비중을 70~75%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워크숍을 시작으로 기준 포트폴리오를 비롯한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체계(TPA)에 점진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금운용본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국민연금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현재 대부분 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가 자산 배분 권한 등을 쥐고 있는데, 기금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대부분 권한을 전문가에게 완전히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정부 직속 기관으로 있으면 주요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을 거절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처럼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