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립안동노인병원, '융복합열회수환기 청정음압시스템'으로 대형 산불에도 청정 병실 유지

입력 2025-04-10 14:28
수정 2025-04-10 14:29

이번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광범위한 연기와 유독가스를 동반해 재난 수준의 환경 재해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경북도립안동노인병원의 외부는 재와 연기로 뒤덮였고, 1층 로비와 사무실, 중앙 계단 등은 연기 침투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병원동의 2층부터 6층까지의 병실 내부는 화재로 인한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 이는 병원 내 설치된 '융복합열회수환기 청정음압시스템' 덕분으로, 이 시스템은 대형 산불 속에서도 청정한 병실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인근 경북 의성 지역에서 대피한 노인 환자 150명을 신속히 수용할 수 있었다.

경북도립노인병원은 고령 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의 특성상 병원 내 공기질 확보가 생명 유지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하며, 이번 시스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경북도립안동노인병원이 도입한 ‘융복합열회수환기 청정음압시스템’은 단순한 환기 설비를 넘어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는 ‘공기 방어 시스템’으로, 이 시스템이 연기를 감지하는 복합 센서를 통해 소방설비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필요에 따라 음압 또는 양압 기능을 자동 전환해 실내 유해 공기 유입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산불에서도 연기 감지기보다 먼저 환기유닛이 연기를 감지해 양압으로 전환, 오염 공기 유입을 막았다. 또한, 화재 발생 시에는 음압 회로가 작동돼 실내 유해 공기를 급속 배기하며, 대피 시간을 확보해 인명 보호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전열교환 환기기는 종이 재질 필터를 사용하여 결로·곰팡이·세균 번식에 취약하며, 겨울철에는 내부 결빙으로 작동이 중단되거나 배기만 실행되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경북도립안동노인병원이 도입한 현열환기유닛은 비오염 방식의 구조로, 열교환 소자의 오염 가능성이 거의 없고, 여름철 고습도와 겨울철 혹한기에도 중단 없이 작동이 가능하다. 또한, 자동 청소 기능을 통해 유지보수가 간편하며, 소음이 거의 없어 취침 시간에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장비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병원 전체 병실을 음압 격리실로 전환할 수 있게 했으며, 병원 내 집단 감염을 차단하고, 교차 오염을 방지했다.

이러한 성과로 경북도립안동노인병원은 국무총리실로부터 ‘과학방역 모델’로 인정받았고, 전국 확대 도입이 가능한 선도 사례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다수의 공공기관과 요양시설은 여전히 구형 환기 시스템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기유닛이 직접 공기를 정화하고 청정 상태를 유지함에 따라, 병원은 별도의 공기청정기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병실 98곳 기준으로 공기청정기 대여료만 연간 6000만 원이 절감되며, 냉난방 에너지 손실도 최소화해 운영비 절감 효과가 크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병원 경영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보건 안전성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병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안동노인병원이 도입한 환기유닛은 HEPA13 등급 이상의 고성능 필터를 3중으로 구성해 초미세먼지와 각종 바이러스, 연기까지 차단 가능하다. 공기 오염 유입률은 0.001% 이내로 사실상 ‘무균 공기’ 수준이며, 이러한 기술력은 이미 미국 ASHRAE 기준과 국내 복지부 가이드라인에서도 채택을 권고하고 있으나, 아직 국내 법규와 설치 기준은 시대에 뒤처져 있어 공공시설의 공기질 관리 기준이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관계자는 강조했다.

환기유닛을 개발한 전문가는 “과거에는 단지 법규를 맞추기 위한 저가형 환기장치가 주로 보급되었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감염 예방과 재난 대응이 가능한 기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환기유닛은 산업현장, 조리시설, 급식소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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