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태영 KB증권 IB부문장, "美 관세 여파, 자금조달 시장도 양극화될 것”

입력 2025-04-10 15:02
수정 2025-04-11 09:20
이 기사는 04월 10일 15: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등급, 비우량 기업들은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주태영 KB증권 IB부문장(전무)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부과에 따른 국내 기업의 영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회사채 발행 시장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투자유의업종이나 신용등급 A-기업은 수요가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은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사모사채 등으로 자금조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산업으로는 철강, 석유화학 등을 지목했다. 반면 정보통신(IT)과 내수 업종 등은 관세 영향이 적어 올해 업황을 긍적적으로 내다봤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채권발행시장(DCM)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고려아연 4000억원 회사채 발행에 3배 넘는 1조6000억원의 자금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1분기 기업공개(IPO) ‘대어’인 LG CNS의 단독 대표 주관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2분기에는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조단위 IPO를 앞두고 있다. 주 본부장은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조단위 IPO 경우 국내 투자수요만으로 소화가 어려워 외국인 투자자를 확보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KB증권은 IPO를 담당하는 주식발행시장(ECM) 부서와 회사채 발행을 맡는 DCM 부서를 통합 운영하며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ECM과 DCM을 아우르는 통합 IB 체계를 통해 발행시장 전반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IB 인력을 충원하고 있지만 초대형 IB의 경쟁력을 쉽게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본부장은 “기업과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라며 “짧은 시간에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올해 들어 부동산 부분 확대를 꾀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이뤄지면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KB증권은 올해 1000억~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사모펀드(PEF) 2~5호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개발형 사모 리츠 부서 신설도 추진 중이다. KB증권은 부동산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금융 3그룹 내 이같은 부동산 PEF 부서를 신설했다.

KB증권이 준비 중인 PEF의 투자 대상에는 수도권 우량 주거자산 중 후순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부동산 개발 사업 지분 투자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가 PF 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을 20%까지 확대하는 등 개선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한 대응이다.

주 본부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부실 사업장 정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며 “최근 CJ 서울 가양동 부지, 부산 MBC부지 등 안정적인 사업장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