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험 신청 느는데…대기 중 사망자만 3700명

입력 2025-04-09 17:57
수정 2025-04-10 01:19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접수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 건수는 급증하는데 심사 인력은 4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가 지연되다 보니 결과를 기다리다가 사망한 사람이 지난해에만 3700명에 달했다.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는 만큼 노인장기요양보험 심사 인력을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 건수는 79만5950건으로 전년(76만6391건) 대비 약 3만 건 증가했다. 2020년(52만1422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7만 건 넘게 늘었다. 이에 비해 심사 인력은 4년째 2516명으로 동일하다. 한 사람당 맡아야 하는 심사 건수는 2020년 208건에서 지난해 316건으로 불어났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치매 등 노인성 질병으로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목욕·가사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처음 도입된 2008년만 해도 500만 명대에 그치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서류 검토 및 등급심사 판정, 사후관리 등을 담당하는 인력은 수년째 2000명 선에서 멈췄다.

건보공단은 신청 30일 이내에 서류 심사 등을 마치고 요양등급을 부여해야 하는데, 지난해 7만8572건이 심사 기일을 넘겼다. 열 건 중 한 건꼴이다. 심사를 기다리다가 사망한 사람은 3774명으로 집계됐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의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접수 건수는 앞으로도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며 “일차적으로 심사 인력을 충원하되, 심사 과정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도 취지를 위해서라도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