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브레인(뇌)을 가져야 합니다.” 서일홍 코가로보틱스 대표(사진)는 9일 “대부분 휴머노이드 로봇은 서버를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게 고질적인 문제”라며 “통신 등 외부 환경에 제약받지 않는 ‘뇌’를 가지기 위해선 기존 딥러닝 방식을 경량화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서 대표는 40년간 학계에서 로봇 연구에만 매진한 1세대 로봇 연구자다. 인공지능(AI) 로봇이라는 개념이 국내에 본격 도입되기도 전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어 원천 기술을 개발해 왔다. 연구에 몰두하던 그가 창업에 나선 건 7년 전이다. 현장에서 자신의 기술이 적용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는 열망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서 대표는 “1985년 교수로 임용되기 전 대우중공업이라는 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며 “기업과 협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동안 감춰져 있던 창업 DNA가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로봇 창업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려는 목적도 컸다.
‘인지기능(cognition)을 AI 방식으로 구현하는 로보틱스 회사’라는 뜻의 코가로보틱스를 설립한 뒤 사업 초기엔 서빙로봇 개발로 출발했다. 중국산 로봇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고 있었지만, 그는 자체 서빙로봇용 운영체제(OS)를 개발해 승부수를 띄웠다. 이런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엔 휴머노이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과 비슷하게 동작하도록 하기 위해 로봇 대규모언어모델(LLM) 같은 모델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며 “이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코가로보틱스는 AI와 딥러닝 경량화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가로보틱스가 ‘게임 체인저’로 여기는 기술은 초차원연산(HDC)이다. HDC는 인간 뇌의 연산 방식을 모방해 기존 딥러닝 대비 더 적은 메모리와 데이터로 고성능 연산이 가능한 기술이다. 서 대표는 “HDC는 각각 다른 유일성을 가진 수천 개 이상의 벡터로 표현되는 초차원 벡터에 모든 사물, 개념, 사건 등을 대응시키는 방법”이라며 “사람의 뇌가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강한 것처럼 HDC도 정보를 ‘고차원 벡터’라는 형태로 뭉뚱그려 빠르게 처리하도록 돕는다”고 했다.
HDC와 같은 AI 경량화 기술로 통신 불안정 등 기존 클라우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량화된 AI를 통해 로봇이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 안전하게 자율주행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서 대표는 현재를 ‘로봇의 캄브리아기’에 비유했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폭발적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코가로보틱스만의 딥러닝 경량화 기술과 HDC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접목해 다양한 로봇에 진정한 ‘영혼’을 불어넣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