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카페 차리고 텃밭 농사…사학 이사장 비리 적발

입력 2025-04-09 15:34
수정 2025-04-09 16:17

국민권익위원회는 강원학원 A 전 이사장이 학교 시설을 개인 주택으로 사용하고, 급식실에 카페를 차려 수익을 챙기는 등의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발표했다. 강원학원은 강원중·강원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A이사장은 교내 공사비를 부풀린 뒤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권익위는 이 사건을 교육부와 대검찰청에 이첩했다고 발표했다. 학교 시설을 개인 주택으로 전용...정원·텃밭과 전용 주차장까지A 전 이사장은 이사장 재직 시절 강원고 예술관 2층을 자신의 숙소로 리모델링하고 소파,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가구와 가전제품을 교비로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숙소 리모델링과 관리비에 사용된 교비는 원래 동아리 활동실 및 사제동행 밴드실 등의 공사를 위한 예산으로 배정된 항목들이었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A 전 이사장은 숙소의 전기·수도요금 등 관리비 또한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학교법인 회계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법인회계와 교비회계로 구분되며, 정부보조금 등이 포함된 교비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만 사용돼야 하며 학교 교육 외 용도로 사용하면 그 자체로 횡령죄가 성립한다.

A 전 이사장은 학교 부지에 자신이 사용할 정원·텃밭과 전용 주차장 설치하고, 수년간 급식비를 납부하지 않고 무상으로 학교 급식 이용하기도 했다. 학교 급식소에 카페를 차린 뒤 교내 행정직원들에게 음료를 제조해 판매하게 하고, 수익금을 착복한 혐의도 있다.

공사비 리베이트도 챙긴 정황권익위 조사 과정에서 A 전 이사장의 재직 당시 부적절한 공사계약 체결과 리베이트 수수 정황도 드러났다. A 전 이사장은 9급 행정직원을 신규 채용한 뒤 이 직원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허위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약 13억원의 사업비를 부적절하게 집행하고, 사업비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은 혐의도 받는다.

고용·교육 당국은 지난 2월 강원학원에 대한 현장 감독을 진행했으며, 강원학원 이사회는 지난달 A씨 해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명순 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이번에 적발된 사안은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횡령한 심각한 사학비리 부패 사건"이라며 "사학 재단의 정상적인 학교 운영과 청렴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