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관세 장벽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암참이 공식 보고서를 낸 것이다.
암참은 한국 고유의 규제 장벽 문제를 담은 ‘2025 국내 비즈니스 환경 인사이트 리포트: APEC 스페셜 에디션’을 8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국에 진출한 800개 기업 설문 등을 통해 항공우주와 자동차, 제약, 디지털경제, 에너지 등 12개 산업 분야에서 70건 이상의 규제를 열거했다. 암참은 보고서를 미국 정부와 의회에 공식 전달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농업 분야에서 농업생명공학 기술 승인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유전자변형(GMO) 농산물 수입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유전자 편집 기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동차 부문에선 환경과 안전 규제가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을 통과한 차량은 한국 안전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었다. 또 북미 충전 표준을 공식 충전 표준으로 포함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달 31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의 내용도 많았다.
국방 절충교역 문제가 대표적이다. 절충교역은 해외에서 1000만달러 이상 무기, 군수품, 용역 등을 구매할 때 계약 상대에 기술 이전, 부품 제작·수출, 군수 지원 등을 받아내는 교역 방식을 뜻한다. USTR은 한국 정부가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 기술과 제품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에 진출한 빅테크가 요구해 온 온라인 플랫폼 규제도 보고서에 적시됐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자사 제품을 우대하거나 끼워 파는 행위 등을 법으로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한국 외부로의 개인정보 전송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한 규제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규제 환경을 마련하는 데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