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과점 깬 에스비비테크 "감속기 다변화로 흑자전환"

입력 2025-04-07 17:32
수정 2025-04-08 01:06
‘하모닉 감속기’는 고속 회전하는 모터의 속도를 줄여 로봇이 정밀한 작업을 하도록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최초로 개발한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HSD)의 회사명이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독과점이 심하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에스비비테크는 2013년 HSD의 아성을 깨고 하모닉 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한 회사다. 토종 기업 가운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10여 개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7일 서울 마곡동의 연구소에서 만난 송진웅 대표(사진)는 “하모닉 감속기 제조 기술을 토대로 감속기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게 올해의 핵심 과제”라며 “로봇관절 장치(액추에이터) 전장(전자장치) 부품을 개발해 사세를 키우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비비테크의 하모닉 감속기는 업계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제품으로 통한다. HSD보다 가격이 70% 저렴하지만 성능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송 대표는 “기어의 이빨 모양을 만드는 치형 설계와 소재·열처리 기술을 내재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여러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유성감속기도 지난해 처음으로 양산에 들어갔다. 큰 힘을 낼 때 쓰는 이 감속기는 K-10 탄약운반장갑차에 장착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한 글로벌 모빌리티 회사에 액추에이터를 대량 공급하기 시작했다. 송 대표는 “모회사인 송현그룹 계열사들이 모여 있는 충청권에 액추에이터를 양산하는 공장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진공 로봇의 필수 부품으로 쓰이는 베어링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는 게 송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고객사인 TSMC를 비롯한 대만 수주가 늘면서 베어링 부문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스비비테크는 지난해 55억원의 매출과 6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송 대표는 “매출 성장세에도 영업이익이 다소 부진한 건 사실”이라며 “신규 수주를 발판으로 2년 안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