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4일 17: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UCK파트너스가 2023년 인수한 치과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가 2년 연속 순손실을 낸 가운데 사내 현금성 자산 약 900억원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인수 대금의 38% 가량을 차입금에 의존한 만큼 이자를 내기 위해 실적 악화에도 배당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디트는 지난해 899억원을 중간배당했다. 메디트가 배당한 자금은 메디트의 지분 99.46%를 보유한 디지털덴티스트리솔루션홀딩스주식회사로 돌아간다. 이 회사는 MBK가 2023년 UCK로부터 메디트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홀딩 컴퍼니다. UCK는 MBK에 메디트를 매각하고, 재투자해 현재 이 회사의 지분을 약 17% 보유 중이다.
대규모 중간배당과 지난해 실적 악화로 메디트의 이익잉여금은 2023년 말 2405억원에서 지난해 1073억원으로 급감했다. 메디트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도 같은 기간 1426억원에서 683억원으로 감소했다. 자본총계가 감소하고, 부채는 증가해 메디트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1.51%에서 지난해 말 53.27%로 늘어났다.
MBK가 대규모 배당을 단행한 건 2023년 메디트 지분 99.46%를 2조4000억원에 인수할 당시 9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일으킨 탓에 이자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MBK가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인수금융을 조달할 당시 금리는 연 7% 수준으로 알려졌다. 1년에 내야할 이자만 약 630억원에 달한다. PEF는 보통 펀드 투자금과 인수금융을 합쳐 회사를 인수한 뒤 회사에서 배당으로 자금을 빼내 인수금융 이자를 갚는다. 이자를 내고 남은 자금은 출자자(LP)에게 조기에 돌려주기도 한다.
MBK의 이런 대규모 배당이 논란이 되는 건 메디트의 실적이 MBK가 인수한 뒤로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메디트는 지난해 142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1263억원)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MBK가 인수하기 이전인 2022년(2715억원)과 비교하면 47.6%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53억원, 순손실은 230억원에 달해 메디트는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손실을 냈다. MBK 인수 전 메디트는 영업이익 1427억원, 순이익 1134억원을 거두던 건실한 회사였다.
MBK는 메디트의 실적이 악화된 이유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해외 딜러망 재편 작업의 지연을 들었다. 일회성 비용이 크게 늘었다는 이유도 댔다. 메디트는 지난해 소송 합의에 따른 손해배상 손실로 355억원을 기록했다. 메디트는 덴마크의 경쟁사 쓰리쉐이프(3Shape)와 기술 특허 관련 소송전을 벌이다가 지난해 말께 합의하고 양사가 서로 소송을 취하했다. MBK는 이런 일회성 비용이 사라지고, 딜러망 재편 작업이 마무리되면 올해부터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매수한 홈플러스가 경영 실패로 인해 기업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메디트가 홈플러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차입 매수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손실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를 충당하기 위해 자금을 빼내면 자칫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트의 실적이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MBK에 인수금융을 빌려준 대주단이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 등이 MBK에 9000억원의 인수금융을 빌려줄 때 양측은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net debt/ebitda)을 6.5배 이하로 유지하기로 하는 재무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트는 인수 첫해인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다만 대주단은 EOD를 곧장 선언하는 대신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고, 8월에 재무약정 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메디트는 인수 이후 체질 개선 작업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신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며 "배당으로 받아간 돈은 전액 차입금 이자 상환 목적으로만 사용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