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잔고 높은 2차전지·바이오 '공매도 비상'

입력 2025-04-02 16:06
수정 2025-04-02 16:08
국내 증시에서 5년 만에 전 종목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2차전지와 바이오 등 업종엔 ‘비상’이 걸렸다.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대차거래 잔액 규모도 시가총액 대비 크기 때문이다. 2일 키움증권에 띠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최근 한 달간 대차거래 잔액 비중이 0.5%포인트 이상 늘어난 시총 5000억원 이상 종목을 분석한 결과 상위 6개 종목은 모두 2차전지와 바이오 기업이었다.

에코프로비엠이 15%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포스코퓨처엠(12.5%), 엘앤에프(12%), 에코프로(11.3%)가 뒤를 이었다. 유한양행과 HLB의 대차잔액 비중은 각각 11.1%, 8%로 5위와 6위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들 기업은 공매도 재개를 눈앞에 둔 지금부터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조선과 방위산업 등 주도주도 공매도에 따른 단기 변동성 장세를 거친 후 매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당분간 저평가된 대형 가치주 위주의 투자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 재개 후 약 한 달간 성장주 대비 가치주의 수익률이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는 성장주가 1.5% 하락하는 동안 가치주는 0.1% 오르며 선방했고, 2011년과 2021년에는 각각 -2.8%와 2%, 0.6%와 4.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대신증권은 반도체 자동차 유통 유틸리티 등을 공매도 ‘안전지대’로, 조선 방산 화학 건강관리 등을 ‘위험지대’로 분류했다. 안전지대의 경우 펀더멘털(기초 체력) 대비 주가 하락폭이 과도했던 업종, 위험지대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 대차잔액이 증가한 업종이다.

다만 공매도 재개가 반드시 증시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뱅상 모르티에 아문디 최고투자책임자(CIO) 또한 최근 “공매도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겨냥하는 건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며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상방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지영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는 특정 업종에는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