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봄철을 맞아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지만 오프라인 소비심리 위축으로 오히려 카드 매출은 작년 대비 좀처럼 늘지 않은 나타났다. 같은 기간 쿠팡의 매출은 20% 늘어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중에도 쿠팡으로 소비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 에이셀(Aicel)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 3월2일부터 29일까지 약 4주동안 신용카드 결제 추정액은 50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카드 결제 추정액인 5063억원에서 0.7% 늘어난 데 그쳤다.
다른 대형마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롯데마트의 3월2~29일 사이 신용카드 결제 추정액은 1872억원으로 전년대비 0.5% 줄었다.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같은 기간 결제액이 6950억원에서 5815억원으로 16.3% 급감했다. 정산 지연 문제가 잇달아 보도된데다 주요 납품사들이 공급을 일시 중단하는 등의 악영향이 겹친 여파로 풀이된다.
통상 3~4월은 봄철을 맞이한 대형마트들의 할인 행사가 집중된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대규모 할인 행사인 홈플런을 열었고, 롯데마트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땡큐절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이마트도 오는 4일부터 13일까지 랜더스쇼핑 페스타라는 할인 행사를 연다. 그러나 미국발 '관세전쟁'과 고물가·고환율 여파, 탄핵 정국, 홈플러스 회생사태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오프라인 소비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심리도 하락세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100보다 작으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100.7이었던 이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가 있던 12월 88.2까지 하락했다. 올해 들어선 1월 91.2, 2월 95.2로 상승세를 타는가 싶더니 3개월 만에 다시 하락 전환했다.
반면 e커머스 거래액 1위인 쿠팡의 3월 결제액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3월2~29일 사이 결제 추정액은 3조39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8291억원)에 비해 20.05% 늘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3월 결제 추정액이 전년대비 4.3% 증가한데 비하면 쿠팡의 증가율이 더욱 높았다. 11번가(-16.13%)나 G마켓(-11.82%)은 오히려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으로의 소비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서베이가 최근 내놓은 성인 남녀 12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55.4%는 온라인 플랫폼 가운데 주로 쿠팡에서 식료품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이 쿠팡에서 식료품을 샀다. 이어 컬리 8.6%, 네이버쇼핑 8.4%, 홈플러스몰 5.6%, 이마트몰 5.0%, G마켓 3.1%, SSG닷컴 2.9% 등의 순이었다. 같은 업체의 2023년 조사에서는 쿠팡의 응답률이 40.1%였으나 2년 사이 1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플랫폼별 월평균 식료품 구매 빈도 역시 쿠팡이 3.72회로 이마트·SSG닷컴(2.84회)이나 네이버쇼핑(2.37회), 컬리(2.66회)보다 많았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