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투자 풍향계] 정책자금 의존도 높아지는 韓 VC… 벤처펀드 결성도 감소

입력 2025-04-04 09:42
수정 2025-04-04 09:43
한국 벤처캐피털(VC)의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책자금만 바라보는 ‘천수답(天水畓,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 상황에서 VC들의 경쟁력 강화는 쉽지 않다. 오히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다만 지역 출자 증가와, 민간자금 유치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지난해 벤처펀드 출자자 가운데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5년 모태펀드 1차 정시에 신청한 조합 수는 196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민간자금의 벤처펀드 출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벤처투자는 ‘반등’, 펀드 결성액은 ‘감소’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 총액은 11조 94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건수 역시 8413건으로 전년 대비 18.2% 늘었다. 반면 벤처펀드 결성 실적은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액은 10조55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0% 줄었다. 벤처펀드 결성액은 2021년과 2022년 17조 원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2023년에는 13조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세다.

벤처펀드 결성액의 감소는 벤처 생태계에 좋지 않은 신호다. VC들은 신규 펀드 결성 후 약 3~4년 동안 투자를 집행한다. 펀드 결성 효과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투자 규모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벤처투자 금액이 회복세를 보인 것도 2021~2022년 크게 증가한 벤처펀드 규모와 무관하지 않다. 그만큼 지난해 줄어든 펀드 결성액이 올해와 내년 VC의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민 간자금 이탈이 원인벤처펀드 결성 금액은 줄었지만, 정책자금에 대한 의존은 더 높아졌다. 지난해 벤처펀드 출자금액 중 정책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3%, 민간자금 비중은 77%다. 정책자금 비중은 전년 대비 11.3% 늘었고, 민간자금 비중은 25.1% 감소했다.

이 같은 통계는 민간자금의 벤처펀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민간에서 가장 ‘큰손’ 역할을 했던 금융기관의 자금 이탈 속도가 빠르다. 지난해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 규모는 2조87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9%나 감소했다.

정책자금 출자를 두고 VC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정책자금 출자의 큰손인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사업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90개가 넘는 조합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농수산 분야에 출자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출자 사업에도 27개 조합이 지원, 역대 최고 경쟁률인 3.4 대 1을 기록했다.

민간 출자자 인센티브 증가정책자금의 투입은 올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출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VC의 투자가 부진했던 지방을 중심으로 출자 사업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지방 시대 벤처펀드의 규모를 1조 원 이상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지난해 1조 원 벤처펀드 시대를 선언하고 지속적으로 벤처펀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부산광역시 역시 지역 주도 모펀드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2조 원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자금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도 등장하고 있다. 지방 시대 벤처펀드는 민간 출자자에게 우선 손실 충당, 콜옵션, 위험 가중 자산(RBW) 가중치 하향 적용 등의 유인책을 제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관 합동 벤처 모펀드 스타트업코리아펀드도 유사한 인센티브를 제시해 민간 출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소개>
김태호
한국경제신문을 거쳐 벤처투자업계에 입문했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성장에 관한 기사를주로 썼다.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에서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이 기사는 바이오 전문 월간 매거진 <한경 BIO Insight> 2025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