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지름 46㎜짜리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다. 기존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처음이다.
삼성SDI는 오토바이, 골프카트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들어가는 46파이(지름 46㎜)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충청남도 천안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해 베트남 법인에서 모듈로 조립한 뒤 미국 고객사에 넘긴다.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의 높이는 95㎜로 ‘4695’ 모델로 불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80㎜ 높이의 ‘4680’ 모델 양산을 앞두고 있다.
46파이는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보다 용량을 대폭 키운 제품이다. 부피 대비 에너지 밀도가 20% 이상 높은 게 특징이다. 원통형인 덕분에 배터리 사이사이에 가스가 빠져나갈 공간도 충분하다. 배터리 화재는 대개 배터리팩 내부에 가스가 차면서 폭발로 이어지는데 이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는 얘기다. 46파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불린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46파이 양산 스타트를 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삼성SDI가 한발 빠르게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테슬라 등 고객사와 4680 배터리 스펙에 대한 최종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전기차보다 스펙이 낮은 마이크로 모빌리티용 배터리로 46파이 시대를 먼저 연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가 노리는 다음 타깃은 전기차 회사다. BMW, 스텔란티스 등과 납품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전기차용 46파이를 누가 먼저, 더 많이 수주하느냐가 향후 배터리업계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46파이 배터리 시장은 올해 155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650GWh로 네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