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대박에 "분위기 달라져"…'슬의생' 자신만만 [김소연의 엔터비즈]

입력 2025-03-29 10:52
수정 2025-03-29 10:53

'내 남편과 결혼해줘',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지난해 이맘때 선보여진 tvN 드라마다. 박민영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던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매회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성했고, '눈물의 여왕'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고, '선재 업고 튀어'는 신드롬적인 인기를 끌어모았다. 이를 통해 개국 이후 최초로 연간 프라임 시청률 1위를 달성한 것은 물론, 4월에는 tvN 드라마가 OTT 를 포함한 전체 드라마 화제성 점유율 중 70% 이상을 차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국 유력 대중문화 전문 잡지인 NME가 발표한 '2024 최고의 K-드라마 10선'에 1~3위(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차지했으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발표한 '2024 최고의 K드라마 10선'에서는 1~2위(선재 업고 튀어, 정년이)에 이름을 올리며 K 콘텐츠 역량을 자랑했다.

하지만 2025년 tvN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500억원 제작비를 투입한 '별들에게 물어봐'부터 '감자연구소'까지 1%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tvN 시청률 하락은 CJ ENM 광고 매출과 직결된다. 지난해 암흑기를 뚫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CJ ENM이 연초부터 위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CJ ENM 계열사인 블라드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하이퍼나이프'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로 선보여져 호평받고 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을 제작한 에그이즈커밍이 신작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도 올해 공개를 앞두고 있다.
◆ 의사 파업으로 의드 보는 시선 차가웠는데…"분위기 달라졌다"


'하이퍼나이프' 제작사인 블라드스튜디오는 CJ ENM이 2022년 12월 CJ ENM 스튜디오스로 흡수합병한 8개 제작사 중 하나다. 스튜디오스에는 블라드스튜디오 외에 '선재 업고 튀어' 등을 제작한 본팩토리를 비롯해 엠메이커스, 모호필름, JK필름, 만화가족, 용필름 등이 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제작사인 에그이즈커밍도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의 집단 사퇴, 의대생들의 휴학 등이 사회적 반감을 일으키면서 의학 드라마는 2023년 이후 맥이 끊겼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흥행은 보장됐던 장르였는데 지난해에는 의학드라마가 단 한 편도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1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증외상센터'가 공개된 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글로벌 1위에 등극하면서 의학드라마 부활의 신호탄을 날린 것이다. 지난 21일 공개된 '하이퍼나이프' 역시 디즈니플러스에서 선보여진 직후 한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페루, 싱가포르, 터키, 베네수엘라 등에서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 제작 관계자는 "의사 파업 이후 냉랭했던 분위기가 최근 의학드라마들의 인기로 많이 좋아졌다"며 "의학드라마의 호감도도 높아지면서 여러 기획안도 올라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의사 파업 여파로 1년여간 편성이 밀린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본래 김수현, 김지원 주연의 '눈물의 여왕' 후속으로 작년 5월에 편성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살피느라 편성이 밀렸고, 지난해 12월 공개된 올해 tvN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의사 파업 불똥으로 편성은 밀렸지만, 관련 관계자들은 "작품 자체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2020년 시즌1, 2021년 시즌2 형태로 방영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시리즈 등을 히트시킨 신원호 PD가 이우정 작가와 선보이는 신작이다. 신원호, 이우정은 크리에이터로 나서고, 김송희 작가와 이민수 감독이 각각 집필, 연출을 맡았다. 진작 촬영은 마친 상태다.

올해 4월 12일 방송이 확정된 후 포스터 공개를 비롯해 순차적으로 홍보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28일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정준원의 모습이 담긴 캐릭터 포스터까지 공개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편성된 시간대는 앞서 '별들에게 물어봐', '감자연구소'가 연이어 흥행의 고배를 마신 주말 오후 9시 20분이다. 1년 만에 방송되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흥행 부진 고리를 끊고 CJ ENM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CJ ENM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아 약 65여 개의 드라마, 예능 작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작년 대비 1500억원 이상, 역대 최대 규모다.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는 "더 많이 만들고, 새로운 시도를 더 하고, 글로벌 시장에 더 잘 판매하기 위해 제작 시스템을 혁신하고 초격차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간 1조원 규모로 지속해 온 콘텐츠 투자를 올해는 전년 대비 1500억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