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면적의 75% 전소…역대 최악의 산불 [중림동사진관]

입력 2025-03-29 10:00
수정 2025-03-2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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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적 75% 전소… 최악의 산불 지난 22일 발화해 경북 5개 시·군을 휩쓴 산불이 역대급 피해를 낳았다. 산림 피해 면적은 서울 면적(6만㏊)의 75%에 해당하는 4만5157㏊로,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의 피해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사망자는 28명으로 늘었고, 이재민은 3만8000여명에 달하는 등 역대 최악의 산불 재난으로 기록됐다.

당국은 진화 헬기 112대, 진화 인력 8750명을 동원하는 등 산불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화마로 전소된 국가유산 화마로 전소된 경북 의성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26일 참혹한 모습을 드러냈다. 잿더미가 된 사찰에서 그나마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깨진 범종 정도였다. 경북 북부를 휩쓸고 있는 ‘괴물 산불’로 영남 지역 국가유산 피해가 잇달았다.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인 고운사 연수전, 가운루 등을 비롯해 15건의 문화유산이 불에 탔다.
이날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국가지정 보물 2건, 천연기념물 3건, 명승 3건, 민속문화유산 3건, 시·도지정 4건 등 총 15건의 문화유산이 피해를 입었다.
제대로 된 피난·대피시설 없는 한국…노인들 피해 키웠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영남 지역 산불 피해자가 늘어나자 부실한 재난 피난·대피 인프라가 도마에 올랐다. 재해 관련 예산이 부족할 뿐 아니라 예방 조치에 집중돼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의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현재 산불로 인한 사망자 28명 중 26명이 60세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영덕군 사망자 8명은 모두 80대 이상이다. 빠른 속도로 번지는 산불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자택 근처에서 변을 당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쓰레기 태우다, 성묘하다…사람이 불붙인 인재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한국 산불의 99.9%는 자연 발화가 아니라 인재다. 고령층의 관행적인 불 사용 습관이 산불 위험을 높인다. 의성 산불은 성묘객의 실화 가능성이 제기됐고, 김해 산불은 묘지 관리 중 과자 봉지를 소각하다가 불이 번졌다는 정황이 보고됐다. 산청 산불은 예초기 사용 중 튄 불씨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지상 진화를 위한 인프라 확대와 전문 진화대 양성, 진화 장비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산불 진화 전문 요원(스모크 점퍼)과 관련 운용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