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3일부터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철강·알루미늄에 이은 세 번째 품목별 관세 부과지만 이번 조치는 특히 뼈아프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 비중 1위 품목(2024년 기준 27%)인 데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생산 비중이 35%로 경쟁국보다 낮아서다. 바로 엊그제 ‘4년간 210억달러 투자’를 쌍수 들어 환영했던 트럼프가 관세 발표에서 관련 언급을 일절 하지 않은 점도 실망스럽다.
이번 조치는 미국발 무역전쟁이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진입했으며 점점 더 격화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번 자동차 관세는 매우 얌전한 것”이라며 “내 임기를 넘어 사실상 영구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목재·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했다. 관세로 자동차 대미 수출 18.59% 감소(기업은행)가 유력한 상황에서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까지 사정권에 든다면 후폭풍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트럼프가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강조하는 다음달 2일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발표된다. 품목별 관세에 상호관세가 더해지면 수출 중심 한국 경제에 날벼락인 만큼 외교 통상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에 유연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관세정책 설계자이자 지휘자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일부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와 관세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상호관세 부과가 없거나 매우 낮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을 ‘대표적인 대미 무역흑자국’으로 거론하는 등 지금까지 미국 측 언급은 부정적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 개 기업 힘으로는 큰 영향을 주기 힘든 만큼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협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무에 막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후회 없는 민관 합동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자동차산업 특성상 ‘미국산’과 ‘외국산’을 무 자르듯 구분하기 쉽지 않은 만큼 처지가 비슷한 일본 등과의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