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6일 11: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투자자 교체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인 VIG파트너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내달 계약을 목표로 TPG 등 기존 카카오모빌리티 FI 지분을 2조원에 확보하기 위한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과 신한은행 등 1금융권을 중심으로 막바지 인수금융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소수지분 투자를 위한 인수금융 주선에 성공했다. VIG 측은 TPG(29.04%), 칼라일(6.18%), 한국투자증권·오릭스PE(5.35%)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지분 약 40% 이상을 인수하는 거래를 추진해왔다. 회사의 기업가치를 약 5조원대 중반으로 평가해 지분 매입에 약 2조원 중후반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체 인수금융 약 1조원 초반 수준으로 산업은행이 약 3000억원을 맡아 가장 큰 비중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도 대주단으로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VIG 측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실사 및 경영진 미팅까지 마치며 대부분 절차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신규 투자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한 데다 블라인드 펀딩 모집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으면서 조단위 딜을 통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취지로 총력을 기울였다. 현재 약 600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이 완료된 5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일부 자금을 대고 나머지는 국내외 출자자(LP)들과 공동펀드 형태로 자금을 모집할 계획이다.
다만 막바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회생 사태 등으로 LP들의 한국 투자 기조가 보수적으로 변한 점이 변수다. 공동투자 비중이 큰 이번 거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인수금융 조달에 성공하면서 가장 큰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다.
VIG 측은 거래 초반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FI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논의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 향방이 정치적인 문제와 민감한 점도 변수가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용자 층인 택시 기사 및 택시 업계와 수수료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왔다. 2023년 11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택시사업 구조를 놓고 “부도덕하다”고 지적하면서 제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이후 검찰과 금감원 공정위 등이 회사의 '콜 몰아주기'와 분식 회계 의혹 등을 두고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기준 위반 결론을 내리며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외부 리스크가 뚜렷한 상황에서 당장 PEF로의 경영권 매각은 카카오 입장에서도 부담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탄핵 정국 속에서 정권 향방이 불확실한 시점에서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양 측은 투자자를 교체해 지배구조를 안정화한 후 별도의 주주간 계약 등을 통해 경영권 거래를 다시 한 번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VIG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힌 배경엔 카카오모빌리티의 압도적인 수익성이 배경이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사인 T맵택시 등이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택시 호출 시장에서 90% 이상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실적 개선세도 뚜렷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22억원으로 이미 직전해 영업이익 387억원을 넘어섰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