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본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 대표의 발언 대부분이 허위사실이 아니고 설령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즉 이 대표가 대선 당선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정도로까지 볼 순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을 ‘파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온 사건이 2심에서 전부 무죄로 뒤집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한 전직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새로운 사실관계나 증언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결론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1심이 이 대표의 지위를 고려해 전체적 맥락을 보고 판단했다면 2심은 기계적으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1심 판단 모두 뒤집혀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1심에서 이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된 발언의 위법성이 유지되느냐였다. 작년 11월 1심 법원은 이 대표 발언 가운데 ‘해외 출장 중 김문기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와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를 용도변경했다’는 부분을 유죄로 봤다. 반면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는 26일 이 대표 항소심에서 위 발언이 모두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선 1심은 이 대표의 이른바 ‘골프’ 발언이 거짓말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는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장동 의혹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은 이 대표가 이 사진에 같이 찍힌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이 맞고 허위가 인정된다”며 “김 전 처장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시간도 충분해 고의도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골프 관련 발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인식’에 관한 것으로 해석했고, 공직선거법상 처벌 대상인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사진이 조작됐다”는 이 대표 주장을 받아들여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 사진은 2021년 12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사진 원본은 10명이 한꺼번에 포즈를 잡고 찍은 것이므로 골프를 쳤다는 증거로 볼 수 없다”며 “원본 중 일부만 떼어내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 전체를 놓고 봐도 이 대표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패널 질문 중에는 ‘골프를 쳤냐’는 내용도 없다”며 “이 대표 스스로가 골프 친 적이 있다고 말하지 않은 게 ‘허위’라고 볼 수 없고, 출장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암시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의견 표명, 과장일 뿐”이 대표가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1, 2심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당시 이 대표는 “국토부 요청으로 한 일이고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1심 법원은 이 대표가 스스로 용도지역 변경 결정을 내렸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의 준주거지역으로서의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위 발언이 전반적으로 이 대표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이 대표의 해명을 구하는 취지에서 질의가 이뤄졌고, 해당 발언은 그 답변”이라며 “용도지역 변경이 타의에 의한 것이므로 특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했다.
‘직무유기로 협박당했다’는 부분도 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토부로부터 받은 상당한 강도의 압박을 과장해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허위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시온/황동진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