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충해 강한 K씨감자, 파키스탄서 싹 틔웁니다"

입력 2025-03-25 18:21
수정 2025-03-26 13:52

'특별한 손님들을 환영합니다’
지난 3월24일 오후 3시.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농업연구청 입구에는 ‘KOPIA 씨감자 종합생산단지 준공’을 알리는 현수막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의 사진이 나란히 인쇄된 환영간판은 준공식이 열리는 행사장까지 수km에 걸쳐 도로 좌우에 걸려 있었다.

준공식에 참석한 샤리프 총리는 "한국의 무병 K씨감자 생산기술 지원이 파키스탄 농업에 큰 전환점이 됐다"며 "한국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파키스탄 농업이 자립하고 농가소득 증대도 이룰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준공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서 날아온 권 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준공식 참석과 지지가 양국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KOPIA사업은 수원국 정상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업 모델”이라고 화답했다.

이번에 준공한 파키스탄 무병 씨감자 종합 생산단지는 한국의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개발도상국 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중의 하나다.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 개발·보급을 통해 해당국의 농업 생산성 향상과 농가 소득을 올리는 게 목적이다. 파키스탄 KOPIA센터는 2020년 9월 문을 연 이후 파키스탄 농업연구청과 협력해 다양한 농업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농진청과 파키스탄 정부는 2023년 '무병 씨감자 자급 시스템 구축'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하고 2028년까지 양국 정부가 각각 250만 달러를 공동투자해 협력키로 했다.

감자는 파키스탄의 주요 식량자원이자 중요한 소득원이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감자의 씨앗인 '씨감자'를 네덜란드,중국 등에서 수입해 왔다. 소규모 농가들은 값비싼 수입 씨감자 대신 수확한 감자를 다시 심는 방식의 '자가채종'으로 연명해 왔다. 이는 병해충에 약하고 수확량도 점점 감소하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농진청이 개발한 무병 씨감자는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도 많으면서 저장성까지 뛰어나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특히 무병 씨감자 생산단지는 파키스탄 농업연구청 안에 병원균 없는 수경재배 온실,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그물 망실하우스, 저온 저장고 등으로 구성된 첨단시설이다. 씨감자의 생산부터 저장·유통까지 일관 시스템이 한 곳에서 가능토록 했다.

생산단지의 양액·실내제어 시스템은 국제입찰을 통해 선정된 한국기업들의 기술이다. 향후 사업이 확대될 경우 한국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청장은 "K무병 씨감자 시스템의 생산성은 기존보다 6배 이상 향상됐다“며 ”파키스탄 소농의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농가 수입을 증대시켜 결국 파키스탄 전체 감자 산업이 발전하는 토대를 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곳에서 생산된 씨감자는 165t. 생산 노하우가 축적되면 2028년 연간 16만t의 감자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파키스탄 전체 감자 소요량의 3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권 청장은 "농진청은 검증된 농업기술을 더 많은 국가들에 확산시켜 지속가능한 모델로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것이 결국 대한민국의 국격을 더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올해 파키스탄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몽골, 베트남, 키르키스스탄,케냐 등 6개국에 검증된 농업기술을 전파할 계획이다.

이슬라마바드=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