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對美 투자 2배 베팅…제철도 루이지애나에 첫 공장

입력 2025-03-24 23:31
수정 2025-03-24 23:32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 회장이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00억달러(약 29조원)의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정 회장이 3년 전 방한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만나 약속한 105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26일 열리는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정 회장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 깜짝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등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시장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2016년부터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꺾인 뒤 북미 지역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703만3000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 중 24.3%인 170만8293대가 미국에서 판매됐다. 넷 중 한 대는 미국에서 팔린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도 현대차가 역대급 대미 투자 계획을 내놓은 이유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170만8293대)의 59.3%(101만3931대)는 국내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수입차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도 지난 12일부터 수입 철강에 25% 관세가 부과돼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연 30만 대 규모의 HMGMA 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200억달러 투자가 현실화하면 현대차그룹이 미국 진출 이후 투자한 전체 금액은 두 배로 껑충 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진출 이후 대미 투자금액이 총 205억달러에 달하며 57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2일 발표할 상호관세에 자동차가 제외될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는 자동차·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대한 관세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 등 미국의 ‘빅3’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전화 통화한 뒤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하기도 했다.

신정은/김보형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