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상가 공실률 여전히 높아…전기료 못내 독촉장 쌓인 곳도

입력 2025-03-23 17:42
수정 2025-03-24 01:19

의류 제조업의 ‘메카’로 불리던 서울 동대문 상권이 비어가고 있다. 의류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데다 제조 분야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맥을 못 추고 있어서다. 사람으로 북적이던 상가는 절반 이상이 공실로 변해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상인도 빠져나가 동대문은 이제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공실률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대문 상권의 평균 공실률(중·대형 상가 기준)은 지난해 말 기준 14.87%로 서울 평균(8.85%)을 훌쩍 뛰어넘는다. 서울 내 다른 상권과 비교해도 공실률이 높다. 인근 을지로 상권(5.52%)은 물론 강남(8.74%)과 영등포(9.17%)보다도 높다.

의류 도소매를 중심으로 하는 대형 상가는 공실률이 더 높다. 업계에 따르면 맥스타일, 굿모닝시티는 공실률이 80%에 달하고 다른 의류 상가도 공실률이 절반을 웃도는 곳이 많다. 대표적 의류상가인 굿모닝시티는 지난해 모든 점포가 1층으로 내려오면서 1층만 운영하고 있다. 그마저도 지난달 2억원 상당의 전기요금이 미납돼 전기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매출 감소로 관리비조차 내지 못하는 점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른 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당수 점포가 관리비 납부를 고민하는 지경이다. 한 상가주는 “임대료가 몇 개월째 밀렸지만,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내보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동대문은 원단부터 봉제까지 의류산업의 모든 것을 아울러 한때 ‘국내 최대 규모 패션산업단지’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엔 점포 수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문을 연 가게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서울시 상권분석에 따르면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 내 점포 수는 2021년 1만6137개에서 지난해 1만3841개로 줄었다.

업계에선 신생 업체 유입이 없는 점이 상권 붕괴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중구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제조를 중국에 의존하고 판매는 온라인을 통하니 동대문에 입점할 유인이 없어 공실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동대문 상권 개발을 위한 ‘동대문 K-패션 브랜드 육성’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일부 회복 기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상권 지원이 뒷받침되면 동대문 상권에 일부 생기가 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