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령기 맞은 90년대생, '혼인 페널티' 없애자 속속 '웨딩마치'

입력 2025-03-20 18:06
수정 2025-03-31 16:44
지난해 결혼한 부부가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건 소위 ‘제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 때문이다. 전후 출생붐이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로 ‘에코(메아리)’라는 명칭이 붙은 이들 세대가 결혼 적령기(29~34세)가 돼 자연스럽게 결혼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결혼 ‘페널티’가 ‘메리트’로
70만9275명이 태어난 1991년은 출생아가 8년 만에 70만 명 선을 회복한 해다. 출생아가 70만 명을 웃돈 ‘최후의 인구 황금시대’는 1995년(71만5020명)까지 5년간 이어졌다. 이들 에코붐 세대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2020~2022년 혼인을 미룬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막바지인 2022년 혼인 건수는 19만2507건으로 지난해 22만2412건의 86% 수준에 그친다.

정부의 저출생 대책도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 흐름을 돌려놓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쏟아진 저출생 대책에는 결혼과 출산의 ‘페널티’를 제거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담겼다.

결혼 이전에 주택 청약에 당첨된 이력을 배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미혼 때 주택 청약에 당첨된 이력 때문에 결혼 후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 최초 특별공급 등 주택을 청약할 수 없는 불이익을 없앴다.

직장이 있는 남녀가 결혼해서 소득이 늘어나면 각종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부 합산 대출 한도를 높인 것도 효과가 컸다. 2024~2026년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1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결혼세액공제와 결혼과 출산 때 증여세를 1억원 추가로 공제하는 결혼·출산 증여제도도 생겼다.

이에 따라 결혼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2022년 50%에서 지난해 52.5%로 늘었다. ◇초혼 연령 상승세 주춤정부가 혼인 20만 건 회복을 반기는 것은 출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혼부부는 결혼 후 18개월 뒤 첫 아이를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년 만에 반등한 출산율이 2~3년은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엔 향후 출산율에 대한 희망적인 신호와 불안한 신호가 섞여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혼인 건수 증가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11월 혼인 건수 증가율은 8.8%와 8.4%에 달했다. 12월 혼인 증가율은 10.1%로 월간 기준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박현정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다음주 발표되는 1월 혼인 건수도 증가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파르던 초혼 연령 상승세가 주춤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과 여성은 평균 33.9세와 31.6세에 처음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초혼 연령이 남성은 0.1세 낮아졌고, 여성은 0.1세 높아졌다. 남성의 초혼 연령이 꺾인 것은 코로나19 당시 특수상황을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이다.

이전까지 초혼 연령은 매년 0.2~0.3세씩 상승했다. 그 결과 2004년 30.5세와 27.5세이던 남녀 초혼 연령이 20년 만에 3.4세와 4.1세 높아졌다. 인구 전문가들은 초혼 연령이 낮아질수록 아이를 가질 확률은 물론 둘째를 낳을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본다. ◇결혼 적령기 2030세대 지속적으로 줄어불안한 신호도 감지된다. 1996년 출생아는 69만1226명으로 7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이후 출생아는 급감했다. 2021년에는 출생아가 19만2507명으로 20만명 선마저 무너졌다.

출생아 70만 명 시대의 마지막 세대인 1995년생은 올해부터 30대에 접어든다. 예비 엄마·아빠가 급감하는 만큼 출산율이 또다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2030년까지 출산율을 1.0명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정부가 1996년생이 35세가 되는 2031년까지를 출생률 반등의 골든타임으로 보는 이유다.

남정민/정영효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