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9일 10: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작년 가을,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상상했던 기술을 실제로 구현한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신기술을 활용해 개발을 진행했지만 이를 발표할 시점이면 이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조차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회계사이자 조사 전문가로서 디지털 포렌식을 활용하며 기술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또한, 3년 전 빅데이터 석사를 취득했고, 이전 직장에서 디지털 전환 TF의 구성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나조차도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점점 버겁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때로는 변화의 속도가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조직 운영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두려움은 디지털 전환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업은 온보딩과 교육을 통해 변화를 지원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해진 교육 프로그램이 개인의 필요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구성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빠른 디지털 전환을 위해 엄격한 코치처럼 구성원들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변화시키기에 적합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조직 내에서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하향식(top-down) 코칭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조직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충격처럼 다가온다. 따라서 기존 경험만으로 후배를 이끌기 어렵고, 오히려 젊은 세대가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상향식(bottom-up) 접근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모든 신입 직원이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도 아니며, 현업의 이해가 충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은 조직 내에서 디지털 변화를 받아들일 역량을 갖추고, 조직 운영 지식을 보유하며, 이를 공유하려는 의지를 가진 적임자를 육성하는 것이다. 기업은 이러한 선도자들에게 지속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최신 기술 정보를 공유하며, 조직 내에서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 이는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Citizen Data Scientist)' 개념과도 연결될 수 있다. 정식 데이터 과학자는 아니지만, 실무 경험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조직의 디지털 전환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들의 역할이 단순한 기술 전파에 한정되어서는 조직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촉매의 역할을 수행할 사람은 조직원들 각자의 디지털 역량과 성장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는 현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직원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이해하고 이러한 두려움의 극복을 도와주는 것도 자신의 역할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결국, 디지털 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공감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변화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델 테크놀로지스 Dell Technologies의 2022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가장 간과되는 요소가 직원과의 소통이라고 한다. 전 세계 40여 개국의 10,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회사가 디지털 전환을 기획할 때 직원과의 소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구성원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나 또한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나를 공감해 주고 이끌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업무 방식을 바꾸는 과정이라면, 조직의 리더는 무엇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기술 변화의 시대일수록 리더는 단순한 기술적 이해를 넘어, 구성원의 불안과 도전을 공감하며 조직을 변화로 이끄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리더는 기술의 이해와 함께 사람에 대한 이해도 더욱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