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와 신체극으로 풀어낸 100분...연극 '코믹'

입력 2025-03-19 08:52
수정 2025-03-19 18:39
"남편이 인상을 잔뜩 쓰며 밥솥에 꽂혀있던 밥주걱을 빼냅니다. 드디어 밥주걱이 내 귀싸대기를 쌔리 갈깁니다!"



가정법원에 선 한 여성이 팔을 허우적거리며 남편에게 밥주걱으로 맞은 상황을 재연한다. 여자는 남편이 반찬 투정을 하다 자신을 가격했다고 주장하고, 남편은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건의 실마리가 되어줄 목격자들은 서로 다른 진술을 내놓는다.

이는 오는 28일 개막하는 서울시극단 연극 '코믹(Com!que)'의 '이혼 법정' 에피소드 중 한 장면이다. 배우들의 슬로우모션으로 자아내는 유쾌한 웃음 속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담았다. 임도완 연출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기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도 얼마나 다른 시선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믹은 독일 극작가 카를 발렌틴의 희곡 '변두리 극장' 속 여러 단편을 재구성한 연극이다. 서울시극단의 2025년 시즌 개막작으로, 신체극(배우의 표정과 몸짓 위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극 양식)의 선두 주자인 임도완 연출이 각색과 음악을 맡았다. 재치 넘치는 연기와 신체 표현을 통해 우리 사회의 천태만상을 위트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공연 시간은 인터미션을 포함해 총 100분. 프롤로그를 합쳐 10편의 에피소드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 8명이 단 한 번의 퇴장 없이 30개 역할을 소화한다.

코믹의 가장 큰 특징은 귀에 콕콕 박히는 우리말 사투리다. 경상·전라·충청도 사투리뿐 아니라 옌볜, 북한말까지 등장한다. 배우들은 익숙하지 않은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탈북자 선생님에게 과외도 받았다. 임도완 연출은 다양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말만 쓰면 리듬감이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며 "다양한 인물 군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목이 코믹이지만 가볍게 흩어지는 웃음은 아니다. 부부의 밥주걱 다툼을 그린 '이혼 법정' 에피소드는 사회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되짚어볼 수 있게 한다. 모자 가게 사장과 손님의 만담으로 이뤄진 '모자 사러 왔습네다'에서는 소통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웃음이 귀해진 요즘이다. 어수선한 시국 속 편안한 웃음을 선사할 연극 코믹은 다음 달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임 연출은 "시국이 어수선하니 관객들이 보고 마음 편히 웃으면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이후에 '이런 부분도 있었네?'하고 떠올리고, 머리를 통해 마음까지 움직이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