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ONF)는 현지에서 국립을 뜻하는 ‘르 나시오날(Le National)’로 불린다. 별다른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프랑스 대표 교향악단의 위상을 보여준다. ONF가 29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한다. 크리스티안 머첼라루가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가 협연한다.
프랑스는 교향악단이 강세인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와는 다른 독자적인 클래식 음악 세계를 구축한 국가다. 베토벤, 말러, 바그너 등의 대규모 교향곡이 인기를 끈 18~19세기 독일어권과 달리 프랑스에선 오페라와 발레가 인기였다. 드뷔시와 라벨 같은 인상주의 작곡가들이 주목받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실내악이나 교향시가 주류였다. 1842년 설립된 빈필하모닉, 1882년 만들어진 베를린필하모닉에 비해 ONF(1934년 설립)가 늦게 태동한 이유다.
ONF는 프랑스와 역사를 함께해왔다. 1944년 나치 정권으로부터 파리가 해방됐을 땐 콘서트를 열어 프랑스 작곡가인 알베리크 마냐르의 ‘정의를 위한 찬가’를 연주했다. 이후 창립자 데지레에밀 잉겔브레히트를 비롯해 로린 마젤, 샤를 뒤투아, 다니엘레 가티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이 악단을 거쳐갔다. 지금도 ONF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파리오케스트라와 함께 프랑스의 양대 교향악단으로 꼽힌다.
프랑스 교향악단은 연주 방식에서도 독일어권 악단과는 다른 분위기를 낸다. 묵직하고 깊은 음색을 중시하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오케스트라와 달리 프랑스 오케스트라는 색채감과 악기의 개성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 공연에서도 ONF가 활약했다. 당시 이 오케스트라는 비가 오는 악천후 속에서도 야외 공연을 마치는 데 성공했다. 올림픽 찬가를 비롯해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 생상스와 드뷔시의 음악 등을 연주했다. 난민 선수들을 맞이할 땐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을 선보였다. 피아니스트 캉토로프는 라벨의 ‘물의 유희’로 당시 개막식의 들뜬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오는 4월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ONF 공연에도 올림픽 개막식의 주역들이 등장한다. 개막식 공연을 지휘한 머첼라루가 이번 이틀간의 공연을 이끈다. 머첼라루는 ONF 음악감독이자 쾰른 WDR교향악단 수석지휘자, 제오르제 에네스쿠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다. 2025~2026시즌부터는 신시내티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한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프랑스인 최초로 1등을 차지한 캉토로프가 협연한다. 황금 디아파종 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지난해 역대 최연소이자 프랑스인 최초로 미국 길모어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1997년생 피아니스트다. ‘피아노의 왕’으로 불린 리스트의 연주를 오늘날 가장 잘 재현하는 연주자로 꼽힌다.
이틀에 걸친 이번 공연은 날짜별 프로그램이 다르다. 첫날 공연엔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생상스가 주인공이다. 생상스의 ‘맹세에 의한 3개의 교향적 회화’ 중 3악장, 피아노 협주곡 5번 ‘이집트’, 교향곡 3번 ‘오르간’ 등을 선보인다. 머첼라루는 ONF와 생상스 교향곡 전곡 앨범을 발매했을 정도로 생상스의 레퍼토리에 능하다.
캉토로프도 영국 음악 전문 매체인 그라모폰에서 “생상스를 연주하기 위해 태어난, 전율적인 아티스트”란 평가를 받은 만큼 정상급 공연을 기대할 만하다. 둘째 날 공연에선 프랑스 태생 작곡가인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2번,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등을 들려준다.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은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