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8일 17: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으로 발생한 4000억원대 손실 책임에 대한 불똥이 카드사에도 튀고 있다. 피해자들이 홈플러스 사태로 문제가 된 자산유동화증권이 카드사들의 무리한 '팩토링 영업'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면서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증권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에 롯데·현대·신한카드 등 세 개 카드사에 대한 민원 20여건을 접수했다. 카드사도 신영증권과 함께 유동화증권 상품을 만든 만큼 주체인 만큼 홈플러스 기업회생에 따른 투자 손실에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한 투자자는 “카드사는 증권사와 유동화증권 발행을 주도하고 투자자에게 해당 상품을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는 이에 대해 단순 중개 역할만 제공했을 뿐 법적 책임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카드사는 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매입채무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팩토링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팩토링 규모가 점차 커져 감당할 수 없게 된 카드사는 증권사와 협의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자산과 부채를 이전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그 결과 카드사는 재무 레버리지를 낮출 수 있지만, 동시에 투자이익과 리스크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로 전이됐다는 피해자들 주장이다.
증권사와 카드사가 손을 잡고 기업의 매입채무를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다. 예를들어 제조업체가 원자재를 매입하면 매입채무가 발생하는데, 이를 기초로 카드사와 증권사가 자산유동화증권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카드사에서 이 상품을 개발한 임직원들은 신영증권과 DB금융투자 등 중소형 증권사로 이직한 뒤 적극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중개했다.
홈플러스의 자산유동화증권의 발행량도 이런 시장의 흐름을 타고 증가했다. 홈플러스가 오는 5월까지 상환해야 하는 구매전용카드 미지급금은 총 4019억원으로, 지난 2023년 2월 말 2010억원 수준에서 2년 사이 2배로 늘어났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매입채무를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이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떠올랐다”며 “지난해 시장규모 20조~30조원대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발행사와 카드사 모두 자산유동화증권 상품이 재무제표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착안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유동화증권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에 자산과 부채를 넘길 수 있어 카드사의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10억원 당 약 100만원의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카드 이용 실적도 늘릴 수 있는 만큼 이런 자산유동화증권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단기차입금으로 계상해야 할 항목을 미지급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동일하더라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로 보이게 하는 장점이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홈플러스에 국한되지 않고, 유동화증권 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구조화금융 관계자는 “신용등급 A3급 기업 중에 이런 형태의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종종 있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시장의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