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7일 08: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장 기업이 주주들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주가 부양에 나서는 '밸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는 각 상장사의 밸류업 노력을 소개하기 위해 '밸류업 스토리'를 전합니다.
섬유소재 및 알루미늄 사업을 영위하는 DI동일은 지난해 11월 눈에 띄는 공시를 내놨다. 12월부터 300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취득하겠다는 내용이다. 목적은 '주식 소각'. 회사 자금을 들여 전체 발행 주식을 줄이고, 그만큼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미였다.
지난해 잠정 매출이 6517억원인 DI동일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 안팎 수준이다. 이 정도 규모의 상장사가 수백억원을 들여 주식 소각에 나서는 사례는 흔치 않다. 회사 관계자는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24년 11월 지정 감사인과의 의견 혼선으로 예상치 않게 거래 정지를 맞았다. 거래정지가 풀린 후 주가가 하락하면 신용거래를 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주가 안정 노력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에 이은 소각을 결정하게 됐다."
이렇게 매입한 주식수는 61만8569주로 전체 주식의 3.2% 수준이다. 지난 10일 DI동일은 이들 주식을 약속대로 모두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주식소각은 주주환원을 위한 715만주의 대규모 주식소각이 이뤄진 직후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20여년 넘게 조금씩 쌓아온 자사주를 DI동일은 2023년부터 2년간 모두 소각했다. 전체 715만주로 주식 가치는 2400억원에 이르는 규모였다. 지난해 잠정 순이익인 24억원의 100배에 달한다. 그만큼 DI동일의 주당 가치는 높아지게 됐다.
실적 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배당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의류 시장 등의 수요 부진과 케즘(전기차 수요 둔화) 등이 겹치며 최근 2년간 DI동일의 실적은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2022년 8299억원에 이르렀던 매출이 2023년 6829억원, 2024년에는 6517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 448억원에서 2023년 63억원, 2024년 78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주당 250원의 현금 배당은 이어가고 있다. 2022년 8.6%였던 배당성향이 225.5%에 이르게 된 이유다. 배당총액도 2022년 49억원에서 2023년 50억원, 2024년 53억원으로 늘어났다. DI동일 측은 "지속적인 배당 정책을 유지해 주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2015년과 2017년에는 별도 기준으로 순손실을 입었지만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DI동일의 연평균 주주환원율은 102.2%로 알루미늄 업계(65.2%)보다 높고, 섬유업계 평균인 29.1%와 비교해서는 3배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