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속 책과 귀중품을 그린 조선 후기 회화 책거리(冊巨里·사진)가 국내 경매에 나왔다. 미술시장 불황 속에서도 최근 고미술품 판매는 선방하고 있어 이번 경매 결과가 주목된다.
케이옥션은 오는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총 142점(약 109억원어치)의 작품을 경매에 올린다. 경매 대표작은 조선 후기인 19세기 제작된 8폭 병풍(가로 396㎝, 세로 139㎝) 책거리다. 책과 기물을 그린 책거리는 조선 고유의 정물화로, 지난해 12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약 9억3000만원에 낙찰되는 등 국내외에서 인기가 뜨거운 고미술 장르다. 서양화의 투시도법과 명암법을 적용해 다른 전통 회화에 비해 공간감과 입체감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이번 작품에 나온 책거리의 책꽂이 칸 수는 73칸, 그려진 사물은 230개에 달한다. 정병모 전 경주대 교수는 “이때까지 대중에 알려진 책거리 중 가장 칸이 많은 작품”이라며 “유실된 부분 없이 8폭이 모두 온전히 남아 있어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낙찰 추정가는 3억~8억원이다.
최근 미술시장에서는 고미술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호황기에 비해 현대미술 작품 판매가 급감한 반면 고미술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서울옥션이 연 경매에서는 160년 된 대동여지도가 3억2000만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다.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인 마이아트옥션도 지난달 열린 경매에서 낙찰률 69%, 낙찰총액 32억8000만원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미술계 관계자는 “고미술은 마니아층이 뚜렷해 현대미술에 비해 경기를 덜 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경매에는 유영국의 ‘워크’(추정가 3억4000만~8억원), 천경자의 ‘여인’(4억원부터 경매 시작), 나라 요시토모의 ‘롱 롱 웨이 투 홈’(1억2000만~2억5000만원), 우국원의 ‘블로썸 데이’(2억~2억8000만원) 등이 함께 출품된다. 경매 작품은 19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