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젊은이를 깍듯이 모시자

입력 2025-03-11 17:29
수정 2025-03-11 17:30

나이 많은 것이 벼슬인 시절이 있었다. 선배가 후배를 혼내주던 시절도 있었다. 고참이 신참을 가르치던 시절도 있었다. 경력사원이 신입사원을 훈육하던 시절도 있었다. 세상이 천천히 발전할 때는 선입선출의 원칙에 의해 나이 많거나, 선배이거나, 고참이거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전수했다. 이제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젊은이가 나이든 사람을 가르치고, 후배가 선배를 혼내주고, 신참이 고참을 가르치고, 신입사원이 경력사원을 훈육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른바 리버스(reverse) 멘토링이라는 이름으로.

리버스 멘토링은 최근 조직 내에서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가치관이나 생활방식 차이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기법이다. 리버스 멘토링은 세대 간 격차 완화 외에도 최신 시장 트렌드, 디지털 역량개발, 리더십 개발, MZ세대 이직률 감소, 조직문화 개선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리버스 멘토링은 멘토와 멘티 역할을 하는 대상이 뒤집힌 형태다. 일반적으로 멘토링은 지식과 경험이 많은 시니어가 멘토로서 직급이 낮고 현장 경험이 적은 주니어의 개인적인 발전과 경력 개발에 필요한 지도와 조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에 반해 리버스 멘토링은 젊은 직원이 멘토가 되고 나이 든 직원이 멘티가 된다. 젊은 구성원이 CEO, 임원, 팀장 등 상위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나 관점, 신기술 등을 전수한다. 리버스 멘토링은 세대 간 이해와 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핵심 인재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리버스 멘토링이 각광받는 원인 중 하나는 조직 내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부터 Z세대에 이르기까지 조직 내에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하는 조직이 늘어나면서 세대 간 불협화음이 표면화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업무에서 세대 간 격차를 크게 느끼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상호간 불신은 조직 내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하고 그 결과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 기업 성과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MZ세대 구성원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조직 내에서 커진 것도 이유가 된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MZ 세대는 새로운 기술이나 브랜드에 보다 열려있고, 공정한 대우와 보상, 자유, 유연하고 수평적인 업무환경을 중요시한다.

왜 나이 먹은 사람이 젊은이에게 배워야 할까? 기술발전과 사회변화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지 17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이폰 16, 갤럭시 25가 나왔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고, 새로운 기술이 탑재된다.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그냥 전화기일 뿐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앱을 사용할 줄 모르니 당연한 결과이다. 혹시라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단 젊은 친구에게 물어봐야 한다. 빠르게 바뀌는 기술과 앱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키오스크가 설치된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면 젊은 친구에게 사용법을 잘 배워야 한다. 모르는 것이 창피한 게 아니니, 무조건 젊은 친구에게 물어봐야 한다.

농업혁명은 약 1만년 정도 시간을 갖고 천천히 진행되었고, 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1차 산업혁명은 약 300년 정도 결렸다. 전기를 중심으로 하는 2차 산업혁명을 거쳐,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3차 산업혁명은 약 3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20년도 안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사회나 산업사회에서 태어난 사람은 평생 비슷한 환경에서 살다 죽는다. 이런 사회는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을수록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제는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사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기술은 무섭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을 요구하니 평생 배울 수밖에 없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옛날 방식을 고집할 수 없다. 스마트팜 기술이 발전하니, 젊은이들에게 배우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 공장제 생산방식도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니 젊은이가 더 잘 한다.

기성세대가 신세대에게 배울 것이 많은 세상이다. 신세대에게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노인이 청년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이 당연하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노인도 내비게이션을 쓰는 청년보다 길을 더 잘 알 수는 없다. 노인 한 분은 도서관 한 개라는 덕담이 있지만, 신세대들은 앉은 자리에서 전 세계 도서관 수백 개를 검색하는 세상이다. 어느 곳에서나 나이가 어린 사람을 깍듯이 모시고, 하나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해야 살아남는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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