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기숙사 건립 건으로 대학 인근 원룸 등 임대사업자와 갈등을 빚었던 인하대 총학생회가 '학생복지주택' 지원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생복지주택은 2008년 교육기본법 27조 2항에 신설된 조항이다."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학생의 안전한 주거환경을 위하여 학생복지주택의 건설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타지역 지자체에서는 학생복지주택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인천에는 아직 이 사업이 추진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규 기숙사 건립이 원안대로 이행되지 않는 대신 타지방 학생들의 학습권과 주거권 확보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에서는 2010년부터 학생복지주택의 제공을 위해 '유스 하우징'이라는 명칭으로 사업이 진행된 적이 있었다.
▶인하대 행복기숙사 건립 논란
인하대는 지난해 초 신규 기숙사(행복기숙사) 건립을 추진했다.
이 대학은 제1기숙사(웅비재, 2000년 건립)와 제2기숙사(비룡재,2005년)를 확보하고 있었다. 웅비재와 비룡재 기숙사에는 총 2406명의 학생이 입주할 수 있다. 그러나 재학생(약 1만9000여 명) 대비 기숙사 수용률은 약 12.6%. 주요 대학은 물론 전국 대학 평균 기숙사 수용률인 23.5%에도 한참 모자랐기 때문에 추가 기숙사 건립이 시급했다. 특히 기존 기숙사는 4인실이 많아서 1~2인실을 선호하는 학생들의 희망과 배치되기도 했다. 인하대에서 만난 학생 A씨는 "전세 사기 등에 취약한 청년에게 대학 기숙사는 주거권과 학습권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입주 희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주변 임대사업자들은 기숙사가 추가로 생기면 공실률이 급증해 생존권 문제에 직면한다며 반발했다. 신축 오피스텔도 계속 생기는데 기숙사마저 건립되면 임대사업은 불황에 이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게 주민반대위원회의 주장이었다. 대학의 신축 기숙사 건으로 주변 임대사업자와의 마찰은 인하대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했다.
▶인천시 중재로 대학-임대사업자(주민) 합의
인천시는 1월 24일 시의 중재로 인하대와 행복기숙사신축관련비상대책위원회(인하대 후문 원룸 등 임대사업자)간 상생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웅비재(1018명 수용 가능)의 기숙사 기능을 폐쇄하고 행복기숙사(1794명)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인천시의 중재로 신규 기숙사를 둘러싼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대학 구성원인 학생, 교수협의회 등은 합의된 내용에 대한 반발과 아쉬움이 상존한 게 사실이었다. 총학생회가 학생복지주택을 들고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인하대교수협의회도 이번 합의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신규 기숙사 건립에 따른 수용률 제고는 학생들의 학습권 향상, 학교 발전, 유학생 유치와 국제화 사업 등 공공의 기능인데 주변 임대사업자와의 경제적 이해관계로 충돌하는 게 정당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또 이런 합의가 인하대의 일부 단과대학이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게 되면 똑같이 재연될 수 있다는 데 우려감을 나타냈다.
대학 측은 “대학 주변 주민들과의 갈등이 길어지면 공사비 증가와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기숙사 사업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나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지난 7일 인천시청에서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와 만나서 학생들의 안정적인 학습권 보장을 위한 학생복지주택 사업의 검토 의견을 전달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시의 중재로 대학 측이 합의한 상생 방안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정된 주거권 확보를 위해 학생복지주택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권익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학생복지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나
총학생회가 권익위에 제안한 학생복지주택의 실현 과정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인천시나 미추홀구(인하대 소재 관할 기초단체), 인천도시공사 등 관련 기관이 이 사업을 추진하기까지 행정 절차 기간이 만만치 않다.
학생복지주택은 지방정부나 관계 기관이 보유하거나 새로 매입해야 하는데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적이다. 서울시에 추진하던 유스 하우징(학생복지주택)도 연 수백 명 수용에 불과하다.
서울지역에서 대학이 있는 기초단체에서도 학생복지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용 능력이 대부분 수십명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학교와 거리가 먼 지역에 설치된 학생복지주택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 일부 지역의 임대사업자는 해당 지역과 연고도 없는 타지방 학생을 위한 학생복지주택 건립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에는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주택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의 검토 결과와 권고 사항에 따라 사안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