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후회와 참회를 느끼는 감정으로 정의된다. 많은 사람은 뉴스에서 다른 이들에게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죄책감은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했거나,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친구의 감정을 아프게 했던 순간을 떠올릴 때도 생긴다.
이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후회와 참회의 감정을 포함하며, 대부분의 사람은 과오를 범했을 때 이러한 죄책감을 경험한다. 때때로 폭식 후에도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죄책감을 먼저 느낀 후, 그러한 행동에서 오는 기분이나 감각을 만끽하며 일탈감을 즐기는 배덕감으로 승화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프랑스의 한 대형 항공사에서 근무하던 조종사가 "환경적 죄책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뉴스가 프랑스 주요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환경과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는 비행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자신의 가치관과 맞추려는 과정에서 갈등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이륙할 때마다 제 직업과 지구를 보호하겠다는 다짐 사이에서 모순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조종사의 결정은 기후 변화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이는 개인이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한 행동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윤리적 신념과 조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개인의 행동은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광범위한 변화를 촉진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여 체계적인 변화를 이끌고, 더 친환경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약 20년 전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당시 한국에서는 알루미늄 캔과 플라스틱 같은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했지만, 미국에서는 모든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한꺼번에 버려졌다. 이렇게 수거된 쓰레기는 매립장으로 이동해 매립되었고, 나 역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그냥 버린 적이 있다.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이렇게 버려도 괜찮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지속적으로 ‘환경적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우리는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버릴 때, 일회용기에 담긴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거나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를 자가용으로 이동할 때, 식당에서 많은 음식물을 남길 때, 더운 여름날 에어컨 온도를 지나치게 낮게 설정할 때, 샤워를 오래 하며 물을 과도하게 소비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환경적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환경적 죄책감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육이 필수적이며,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활동이 필요하다. 환경적 죄책감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우리를 행동으로 이끄는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를 모두의 삶에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개인의 실천과 사회적 책임을 통해 환경적 죄책감을 걸림돌이 아닌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더욱 민감해져야 할 때이다.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