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 환경부 "플라스틱 생산 감축 외면" 비판

입력 2025-03-10 10:15
수정 2025-03-10 10:19

국내 주요 환경단체들이 환경부의 국제 플라스틱 협약 대응 전략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린피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녹색연합,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16개 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는 환경부가 발표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 대응 전략에 대해 비판하는 공동 입장문을 10일 발표했다.

환경부는 지난 5일 INC-5.2 회의 일정과 장소가 확정됐음을 알리며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을 밝혔다. 해당 전략에는 '폐기물 관리 중심의 대응'이 포함됐는데, 이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강조했던 '플라스틱 생산 감축'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입장문에서 "한국은 우호국 연합 소속이자 직전 INC 회의 개최국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정부는 협약이 본래 취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 감축 목표를 포함한 협약 성안을 추진해야 하며 5차 회의에서 100여 개국이 동의한 생산 감축 조항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장은 "환경부는 폐기물 관리 중심의 대책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생산 감축 논의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산을 줄이지 않는다면 어떤 대책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로, 한국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생산 감축 목표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주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은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거와 재활용' 같은 사후 대책이 아니라, 생산 감축을 통한 구조적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협약 논의의 중점을 폐기물 관리에 두는 전략적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선아 녹색연합 활동가는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만 1500만 톤에 달하며, 재활용 등 사후 처리 중심의 대응 방식으로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플라스틱에 포함된 유해 화학물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보연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국제사업팀장은 "플라스틱은 원료 추출부터 생산,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약 1만6000종의 화학 첨가제가 사용되며 이 중 안전성이 검증된 물질은 10%에 불과하다"며 "플라스틱이 인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는 오는 8월 5일부터 8월 1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제네바사무소 팔레스 데 나시옹에서 열릴 예정이다. 환경부는 지난 5일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 등 우수한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제도를 바탕으로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와 하나되어(원팀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속개회의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