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을 몇 개 만드는지가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민간 스타트업 지원단체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소속 윤민혜 선임연구원의 얘기다. 정부가 2년 전 발표한 ‘기후테크 유니콘 10개 육성 계획’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윤 선임연구원은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이라며 “지금도 많은 기업이 수십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도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23년 정부는 기후테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기후테크 유니콘 10곳과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2년가량 지난 지금 기후테크 업계는 유니콘은커녕 생존 자체를 걱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탄소중립 키워드가 관심을 받으며 투자금이 몰렸지만 지금은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 유니콘 기준을 맞춘 곳은 없다.
한때 테크업계에선 유니콘 숫자를 해당 산업 성숙도를 읽을 수 있는 지표로 여겼다. 최근 중국 딥시크 쇼크 직후 나온 대책에서도 정부는 3년 안에 인공지능(AI) 유니콘 5곳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목표(AI 유니콘 3개)에서 갑자기 두 개 더 늘었다. 정부가 그동안 이슈가 나올 때마다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푸드테크 유니콘 30개, 제약바이오 유니콘 3개도 몇 년 내 새롭게 나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 100개, 경기도는 20개를 목표치로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 업계의 현실은 정책 목표와 동떨어져 있다. 신규 유니콘은 사실상 사라졌고, 한때 유니콘으로 인정받은 곳들의 기업가치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투자 호황기이던 2021~2022년엔 14개 유니콘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가운데 덩치를 더 키우거나 글로벌 존재감을 발휘하는 곳은 지금 거의 없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유니콘 탄생에 열광했던 게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켰다”며 “문서상 기업가치가 과장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국내 자본으로 유니콘까지는 키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유니콘 숫자만 목표로 내세우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세밀한 규제 완화와 벤처투자 생태계 성장 없이는 어차피 한계에 곧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만 해도 지금 외부 자본 조달(40%) 규제에 묶여 있다.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당장의 정책 효과도 더디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조차 그렇게 했다. 유니콘이든 데카콘이든 장밋빛 숫자로만 가득한 정부 정책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