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진행하는 공공기관 주도 재개발사업이 부산 사하구에서도 처음 시행될 전망이다. 비(非)수도권 최초의 공공 재개발 성사 여부에 지역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공 재개발이 공사비 급등이 불러온 재개발 양극화를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부산시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부산지역 주택정비업계에 따르면 사하구 괴정동 일원 오작로1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가 공공 재개발 정비계획 입안 요청서를 최근 사하구에 제출했다. 부산시는 사하구의 입안 요청서를 접수하면 관련 절차를 거쳐 7만2894㎡ 부지에 1947가구(가안)를 짓는 공공 재개발 사업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실상 부산에서 공공 재개발의 첫 인허가 행정 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역 정비업계는 시공능력 기준 국내 20~40위권 중견 건설사들이 이 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선 공사비가 안정적으로 뒷받침되는 데다 자체 브랜드를 넣을 수 있어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며 “원도심 일부 구역 주민들이 공공 재개발 사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 재개발은 일반적인 민간 주도 도시정비 사업과는 다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도시 개발 전문성을 갖춘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 등의 절차가 불필요해 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LH가 시행사로 참여하지만 시공사는 주민들이 결정한다. 서울 등 수도권은 공공 재개발의 사업성을 확인한 대기업 건설사가 관련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 환경 개선이 필요하지만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좌초된 곳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작로1구역이 그런 사례다. 오작로1구역은 비정형 부지와 터널 상부 입지 등으로 그동안 재개발이 불가능한 구역으로 꼽혔다. 임양수 오작로1구역 재개발추진위원장은 “도시정비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 곳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며 “시행사 선정과 부산시 심의 통과 등 여러 절차가 남았지만, 공공 재개발 추진에 필요한 주민 동의 과정은 모두 끝마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 재개발 사업이 부산의 원도심 주택 공급을 위한 특효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증가 등 갈등 속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원도심 사업은 좌초될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성 위주 주택 재개발 사업은 도심 중심의 재개발을 집중시키고 이 지역의 집값을 크게 올릴 우려도 있다”며 “양극화와 슬럼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명확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원도심 공공 재개발 확대를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공 재개발의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용적률 인센티브 등 법에서 정한 규정이 있다”며 “사업성 확보를 위해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 기준을 정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