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구리가격 상승세..."건설, 전선, 태양광 패널 등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입력 2025-03-05 14:14
수정 2025-03-05 14:24

각종 산업에 빠지지 않고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리는 구리의 가격이 올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위협이 강해지면서다. 다만 산업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상승이 아닌 관세 요인이 구리 가격을 자극하면서 구리를 많이 사용하는 주요 산업들에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구리가격은 상하이선물거래소 기준 t당 7만6970위안(약 1543만원)이었다. 올들어서만 4.3% 오른 수치다. 글로벌 구리 가격은 지난해 5월(8만6790위안) 정점을 찍은 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강해지면서 추세 하락세를 보였지만 올들어서는 분위기가 바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이미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구리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지난해 구리 약 96억달러(약 13조 9814억원) 규모를 수입했고, 113억달러 가까이 수출했다.

미국의 구리 관세 부과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구리 수입·수출국끼리의 관세전쟁이 벌어지면 글로벌 구리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이 어느정도 현재 시장가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비철금속 제련업체 관계자는 "구리는 워낙 필수 비철금속이라 가격이 오른다고 수요를 그만큼 줄일 수가 없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강해지면서 구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나 가격상승을 예상하고 미리 투자하는 수요 등이 가격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리 사용 비중이 높은 건설업, 정보통신(IT) 산업, 전기·전력 인프라 산업,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관련 산업 호황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가격을 끌어올린게 아니라, 외부요인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만큼 산업침체와 비용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품가를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품 생산비용만 상승한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금융상품, 물가연동 계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원자재 가격을 헤지하며 어느정도 리스크를 낮추고 있지만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헤지 역시 무력화된다. 건설업 관계자는 "국내 건설,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원자재 비용까지 오른다면 엎친데 덮친격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