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 금융’이 앞바퀴,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바른 경영’이 뒷바퀴 역할을 해야 한국 금융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사진)라는 책을 펴낸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은 4일 금융업 발전의 핵심 요소에 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윤 전 행장은 “금융업은 국가 경제의 혈맥”이라며 “금융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혁신 금융’과 ‘바른 경영’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행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역임했다. 2023년 1월까지 제26대 기업은행장을 지낸 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윤 전 행장은 “경제관료로 금융의 거시적 역할을 고민하고 국책은행장으로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금융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윤 전 행장이 이 책을 통해 지적한 한국 금융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혁신성 부족’이다. 그는 “금융사들이 서로 비슷한 업무만 취급하고 고객 확대 경쟁에 치중하는 등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며 “단순히 이자 장사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라고 국가가 금융 라이선스를 부여한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혁신 금융’을 위해선 단기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기업을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중국 희귀종인 ‘모소대나무’는 처음 4년 동안은 거의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5년째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게 특징”이라며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 기업으로 꾸준히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여신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 경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내부 통제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추세여서다. 그는 “최근 은행권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단순히 내부통제 관련 제도를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직원의 인식과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동반해야 금융사고 제로(0)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은행장 재직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금융주치의 프로그램’ 신설을 꼽았다. 기업의 경영·재무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진단한 뒤 건강검진 결과처럼 어디가 취약한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프로그램이다. 그는 “향후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선 먼저 기업의 현 상태를 꼼꼼하게 진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경제관료와 은행 실무를 두루 경험한 윤 전 행장의 시선은 ‘후학 양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전 행장은 이번 학기부터 연세대 경제학과 대학원에서 ‘한국 경제 발전과 정책 선택’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담당할 예정이다. 그는 “특강이 아니라 정규 과정 강의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랜 기간 공직과 금융권에서 활동하며 느낀 점을 청년 경제학도들과 공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