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 이직 숨기고 퇴직위로금까지 챙긴 金부장, 결국…

입력 2025-03-04 17:24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은 선수 트레이드를 위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단장 마크 사피로를 찾아간다. 빌리 빈의 매력적인 제안에 마크 사피로는 거의 넘어왔으나, 보좌역인 피터 브랜드가 트레이드를 반대하는 사인을 보내자 마크 사피로는 그에 따라 트레이드를 거절한다. 빌리 빈은 곧장 피터 브랜드를 찾아가 반대했던 이유를 따져 물었고, 대화를 하면서 둘은 서로의 야구관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터 브랜드는 곧바로 인디언스를 떠나 부단장으로 애슬레틱스에 합류하고 둘은 의기투합하여 팀을 운영, 2002 시즌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인 20연승을 비롯하여 팀을 지구 우승으로 이끈다.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머니볼의 줄거리다(단, 피터 브랜드의 실존 인물은 폴 디포데스타).

경쟁팀으로부터 피터 브랜드를 영입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되었고, 영화 속에서는 그와 관련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지만, 핵심인재 또는 주요 정보를 다루는 직원의 경쟁사 이직은 법률적으로 다양한 분쟁의 계기가 되고 있다.

첫째, 이직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의 분쟁이 경업금지 가처분이고, 그 목적은 일정기간 동안 경쟁업체 취업을 금지하는 것이다. 취업금지는 헌법상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경쟁업체라는 이유로 그 취업을 금지시킬 수는 없고, 경업금지 약정이 있거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는 사정이 필요하다. 경업금지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그 유효성이 문제되는데, 판례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하여 그 유효성을 판단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사안별로 다르게 판단될 수밖에 없겠지만, 실무적으로 사무직보다는 기술직이(문과보다는 이과쪽이), 지위가 높을수록, 회사의 역점 사업 또는 기술 부문에서 업무를 한 경우 경업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입사할 때 일괄적으로 작성한 정형적인 경업금지 약정(template)이거나 취업규칙상 경업금지 조항보다는 개별적으로 해당 근로자의 사정을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작성한 경업금지 약정에 근거할 때 가처분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가의 지급이 절대적인 요건은 아니지만, 취업제한을 통하여 일정기간 경력을 살리지 못하게 되므로 대가의 지급이 이루어지면 승소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당사자 사이에서 경업금지 기간을 장기간으로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적당한 범위로 금지기간을 제한할 수 있고(대법원 2007. 3. 29.자 2006마1303 결정), 실무적으로 6개월~1년 6개월 정도에서 금지기간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한편,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경업금지 및 위반 시 위로금의 반환을 내용으로 하는 확약서를 징구한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경업금지 확약서가 한쪽 당사자인 사용자가 여러 명의 희망퇴직자들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으로서 약관규제법상 약관에 해당하고, 위로금 반환 부분은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공정성을 상실하여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여,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서울고등법원 2019. 5. 28. 선고 2018나2056511 판결), 대법원은 확약서는 근로계약의 종료될 경우 권리 의무관계를 정한 것으로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로 하고, 약관규제법은 근로계약의 영역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 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되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9다246696 판결).

그밖에 실제로 회사의 영업비밀을 가지고 나가는 등 이를 직접 침해한 경우에는 경업금지 뿐만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회사에서 이직 즈음 포렌식을 통하여 영업비밀 침해를 확인하여 형사고소를 하는 예가 적지 않게 있다.

둘째, 회사와 이직하려는 직원 사이의 금전 정산 문제가 있다. 먼저, 입사 당시 받은 사이닝보너스를 퇴직 시 반환해야 하는지 여부의 문제이다. 사이닝보너스 약정은 회사가 일정 금액을 지급하되, 근로자가 귀책사유에 의한 퇴직으로 일정기간 근무를 하지 않을 때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방식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 판례는 기본적으로 사이닝보너스가 (1)입사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인지, (2)향후 의무복무를 조건으로 지급된 것이거나 같은 기간 동안 임금의 선급 명목으로 지급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반환의무 유무를 달리 판단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2다55518 판결). 그리고 계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계약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계약서의 문언 및 거래의 관행 등이 고려요소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사이닝보너스 약정에 따라 2년간의 의무복무기간 중 일부만 근무하고 나머지 기간은 육아휴직으로 채운 후 이직한 사안에서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2년의 기간 동안 실제로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가 지급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근로자의 반환의무를 인정한 바 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12. 19. 선고 2024가소353155 판결).

다음으로, 주로 금융권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회사가 일정기간 근속한 후 퇴직하는 직원에게 위로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되 경쟁업체 취업의 경우 그 지급을 제한하는 사례가 있다. 그간의 공로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금전이기는 하지만, 경쟁업체로 가는 사람에게 노잣돈까지 챙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퇴직 시에는 경쟁업체 이직 사실을 은폐하여 위로금을 받은 후 뒤늦게 경쟁업체 취업이 발각되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이때 약정의 내용에 따라 반환의무 및 그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데, 대체로 이러한 경우 반환의무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어 반환의무가 부정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고, 다만 이직한 곳이 경쟁업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으로 다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