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 억지에 굴복"…서경덕 교수, 펜디에 항의한 이유

입력 2025-03-04 09:04
수정 2025-03-04 09:05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한국 매듭 장인과 협업한 제품을 중국 네티즌의 항의에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펜디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4일 자신의 SNS에 "협업 가방을 삭제한 건 중국 누리꾼의 억지에 굴복한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이른 시일 내에 게시물을 다시 올리길 바란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또 "한·중·일 매듭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과 함께 "'중국 매듭은 종류가 다양하고 화려하지만, 한국 전통 매듭은 단색의 끈목을 이용해 모양을 맺고 아래에 술을 달아 비례미와 율동미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설명도 함께 적어 보냈다"고 전했다.

논란이 된 제품은 펜디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바게트 백을 매듭으로 선보인 것.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펜디는 '핸드 인 핸드' 캠페인으로 이탈리아, 호주, 스코틀랜드 등 전 세계 장인의 손을 통해 특별 에디션을 선보였는데, 한국에서는 김은영 매듭장인이 참여했다.

김은영 장인은 서울시무형문화재 제13호 명예매듭장이다. 30년 넘게 끈을 묶고 엮어 완성하는 한국 전통 공예, 매듭을 전문으로 해온 장인으로 꼽힌다. 로마, 파리, 교토 등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며 60년 가까이 매듭을 이어오고 있다.

김은영 매듭장은 경남 고성 문수암에 구름이 드리울 때 바라본 석양에서 영감을 받아 아름답게 물든 석양의 색을 매듭을 통해 바게트 백에 구현했다. 무려 3432m에 달하는 술실을 사용해 실크의 미세한 광택과 전통적인 패턴의 비틀기를 통해 우아함을 한층 강화했다. 해당 가방에 사용된 술실 꼬임은 30년 이상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기술로 알려졌다.

또한 조선 시대 왕과 왕비의 의례 복식을 장식하는 데 전통적으로 사용되었던 '망수' 무늬도 넣었다. 김은영 장인은 일자문양, 곱문양, 물결문양, 나무문양 같은 특정 패턴을 넣어 망수 무늬를 강조했다.

매듭은 우리 역사에서 삼국시대부터 흔적이 발견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해당 매듭을 한국 문화로 소개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가 최근 제품 디자인의 문화적 뿌리를 '한국'으로 잘못 설명했다는 비난을 받은 후 분쟁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매듭이 "당나라와 송나라의 민속 예술로 시작해 명나라와 청나라에 인기를 얻은 장식용 수공예품"이라며 "수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펜디에 '중국 문화 도용'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 문제는 웨이보 트렌드 차트에 올랐고, 관련 해시태그는 웨이보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주제가 됐다"고 전했다.

논란이 일자 펜디 측은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홍보 콘텐츠를 삭제했고, 해당 제품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외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