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2일 15: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폐배터리 재활용 상장사인 새빗켐이 전기차 케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으며 증시에 입성했지만 불과 2년여만에 골칫덩이 취급을 받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새빗켐은 지난달 28일 최대주주가 박민규 대표 외 6인에서 에스케이아이엘에코시너지밸류업1호 등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에스케이아이엘에코시너지밸류업1호 등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LX인베스트먼트의 펀드다.
박 대표 등은 새빗켐 지분 약 30%를 300억원에 매각했다. LX인베스트먼트는 이달말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모든 거래가 마무리되면 LX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은 약 38%가 된다.
새빗켐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으로 지난 2022년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곳이다. 상장한지 2년 6개월만에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상장 당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664억원이었다. 공모 당시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해 공모가를 희망 가격 상단보다 17% 높인 3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당시 이차전지 종목이 주목을 받으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상장 이후 주가가 18만4800원까지 치솟는 등 주가 상승폭도 컸다.
하지만 상장 이듬해인 2023년부터 영업손실 49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49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전기차 케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여파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총은 881억원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28일 새빗켐 주가는 1만76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고점 대비 10%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이번 최대주주 지분 매각 배경에는 박 대표의 아들인 박용진 새빗켐 경영본부장의 증여세 부담이 커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상장 전 박 대표로부터 회사 지분을 증여 받은 박 본부장은 공모 흥행에 따른 증여이익 상승으로 증여세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이후 새빗켐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한 세금 납부는 어려워졌다. 상장 당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점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은 성일하이텍과 새빗켐 등 2곳이다. 2022년 7월 성일하이텍에 이어 새빗켐이 한달 차이로 상장했다.
성일하이텍 역시 상장 당시 공모에 흥행하고 주가가 급등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6135억원에서 한때 1조940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다만 성일하이텍 역시 2023년부터 적자 전환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기준 시총은 4422억원까지 낮아졌다.
현금 흐름이 악화하자 성일하이텍은 투자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지난해 4월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해당 CB의 전환가격은 5만5420원인데 최근 성일하이텍 주가는 4만원을 밑돌고 있다. CB 투자자 입장에선 오는 9월 조기상환청구 기일에 맞춰 원금을 회수하는 게 이득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성일하이텍의 현금성 자산(유동 금융자산 포함)은 1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CB 투자자 조기상환에 대응하기 위해선 추가로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