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연애’를 지원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이 직원의 사생활까지 신경 쓰냐는 지적도 있지만, ‘인적 자본 경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원의 행복감을 높이는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가전 양판점 노지마는 사내 결혼 이벤트 ‘NOJIKON(노지콘)’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부터 다섯 차례 개최해 38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그중 2쌍은 결혼했다. 사내 부부가 되면 1인당 월 5000엔의 수당을 지급한다. 노지마는 작년 11월에도 크루즈선을 빌려 노지콘을 열었고, 총 68명이 참가했다.
노지마는 가전 제조사가 파견하는 판매원 대신 자사 직원의 고객 응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매상 할당은 없지만, 개인에게 주체적인 행동이 요구돼 업무 부담이 높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소속감 형성이 중요하다. 노지마 히로시 사장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면 애사심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고객에 대한 기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매칭 앱을 통해 직원 이직을 막는 기업도 상당수다. 2021년 11월 출시된 매칭 앱 ‘Aill goen(에일 고엔)’을 도입해서다. 심사를 통과한 자사 직원을 다른 회사 직원에게 소개하는 앱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1200개 이상 기업이 도입했다. 리소나, NTT 등 굴지의 기업도 많다.
리소나는 2000년대 초반 공적 자금 투입에 따른 ‘리소나 쇼크’로 남성 직원 퇴사가 잇따랐다. 여성 직원 비중이 늘면서 결혼이나 배우자 전근 탓에 어쩔 수 없이 퇴사하는 직원도 증가했다. 일과 생활을 모두 지키고 싶은 직원을 위해 회사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리야마 아키에 와세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내 연애가 활발한 기업은 부서를 넘나드는 교류가 많다”며 “이런 조직은 혁신이 일어나기 쉽고, 실적도 견조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경직적인 수직 관계를 넘어 사적인 연결이 예상치 못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사내 연애를 장려하는 기업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확대된 미국에서 2018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대상 기업의 약 51%가 직원의 사적 관계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일본 기업이 사내 연애를 지원하는 이유는 ‘참여 향상’이다. 직원 간 좋은 인연은 일과 생활의 양립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에서 여성 취업률이 상승세에 있다”며 “연애는 사생활이지만 기업이 공개적으로 지원하면 조직이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