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
캐스 선스타인 지음│박세연 옮김│한국경제신문│2만2000원인기 스타, 아이콘, 유명인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수많은 유명인들의 성공과 인기, 명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아인슈타인, 셰익스피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제인 오스틴, 비틀스, 밥 딜런, 스텐 리, 오프라 윈프리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많은 유명인들의 성공은 과연 필연일까, 우연일까. 비슷한 재능과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유독 특별히 기억된 이들은 과연 무엇이 다를까.
세계적인 밀리언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행동경제학의 명저 ‘넛지’를 비롯하여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습관화·탈습관화의 유용한 진실을 파헤친 ‘룩 어게인’을 펴냈던 캐스 선스타인이 ‘명성을 거머쥔 사람들’에 관한 스토리가 담긴 흥미진진한 책을 펴냈다. 최신 연구 결과를 토대로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유명해지는 이유’, 즉 명성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변수가 되는 외적 상황과 법칙들이 존재함을 밝혀낸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 그룹 비틀스를 떠올려보자. 비틀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2019년에 만들어진 영화 ‘예스터데이’는 젊은 어떤 무명의 가수가 비틀스의 히트곡을 들어본 적 없는 세상에서 비틀스의 곡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비틀스가 만든 노래는 그 자체만으로 경이로운 인기를 끌 수 있을까. 과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재능만이 비틀스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었을까. ‘모나리자’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둑을 맞지 않았어도 과연 지금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최초의 미국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1960년, 1972년, 1980년에 출마했더라도 과연 당선이 되었을까.
저자는 비즈니스와 정치, 음악, 문학, 과학, 예술 등 각 분야의 시대의 아이콘들을 살펴보면서 왜 어떤 사람은 유명해지고 어떤 사람은 유명해지지 않는지 그 이유를 탐구하기 위해 명성의 본질과 메커니즘,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연구를 파헤친다. 실제 성공이 재능이나 실력 같은 내적 가치보다 운, 우연한 사건, 시대정신, 사회적 증거 효과 같은 것들에 더 많이 의존되는 페이머스 법칙들을 알려준다. 그중 하나로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1968년에 발견하고 연구했던 마태 효과(매튜 효과)라는 현상이 있다. 마태복음 25장 29절 “가진 자는 얻어서 더 넉넉해지지만 없는 자는 뺏겨서 더 가난하게 될 것이다”에서 기인한 말로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하게 된다는 뜻이다.
책은 그 밖에도 ‘방 안의 코끼리’, ‘정보·평판 폭포’, ‘네트워크 효과’, ‘집단의 양극화’ 같은 현상들을 다양한 인물들의 사례와 엮어 풀어낸다. 다만 저자는 “성공 이야기가 성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만든다”는 말처럼 시대의 아이콘들에게서 발견된 점들을 모두 일반화된 공통분모로 묶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삶이나 예술에 대한 평가는 시간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해 누구나 채널을 가질 수 있고, 일반인들도 충분히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개인 브랜드화 시대다.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문제를 유명인들의 재미있는 일화로 전하고 있는 이 책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비즈니스북 톱10’으로도 뽑힌 바 있다. 책을 읽다보면 어떻게 시대의 아이콘이, 베스트셀러 책과 밀리언셀러 음반이, 블록버스터 영화가 만들어지는지 배우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영역에서든 비즈니스 영역에서든 우리 주변에 있을지 모르는 관심 받지 못한 또 다른 ‘비틀스’, ‘셰익스피어’, ‘아인슈타인’ 같은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