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운용, 총보수 인하 대전 참전…출혈 경쟁 우려도

입력 2025-02-25 10:39
한화자산운용이 미국 대표 지수 ETF의 총보수를 기존 0.04%에서 0.0062%로 내리며 '총보수 인하 대전'에 참전했다.

한화운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PLUS 미국S&P500성장주'의 총보수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 ETF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기반으로 하되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더 큰 비중을 둔 'S&P500 성장주 지수(S&P500 Growth Index)'를 추종한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이번 보수 인하를 통해 PLUS 미국S&P500성장주 ETF는 투자비용 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0.0062%의 총보수는 최근 경쟁사들의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KB자산운용도 미국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의 총보수를 기존 대비 절반가량으로 내리며 '총보수 인하 대전'에 합류했다.

지난 11일엔 KB자산운용이 "'RISE 미국S&P500'과 'RISE 미국S&P500(H)' 2종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1%에서 연 0.0047%로 약 53% 인하한다"고 밝혔다.

총보수는 운용사에 내는 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수수료 등으로 구성되며, 여기에 지수사용료와 예탁비용, 회계감사비 등이 포함된 기타비용과 매매중개수수료 등을 더한 액수가 투자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이다.

총보수 경쟁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ETF의 총보수가 낮아지면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수익률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투자자일수록 보수 인하의 혜택을 더 크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수가 낮을수록 복리 효과가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자산이 더 빠르게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상위 운용사들이 앞다퉈 총보수를 낮추면서 업계의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수료 인하 경쟁이 계속되면 운용사들이 상품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업계 전반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즉, 금융당국과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지속 가능성'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ETF 업계의 총보수 인하 경쟁에 대해 "단기적으로 과다한 방식, 상대방의 조치에 대응하는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과도한 경쟁이 질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